박영수 특별검사와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공방전의 무대는 18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영장기각을 위해 사활을 건다.

◆ 이재용, 구속 여부 쟁점은

특검은 16일 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 혐의 등으로 이 부회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심리는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맡는다.

구속영장 발부는 증거인멸 가능성과 도주의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이 고려된다. 특히 진술이 번복되거나 엇갈릴 경우, 말맞추기 의혹이 의심될 경우에 구속영장이 무리없이 발부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지원이나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해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씨를 알게 된 시점도 2016년 2월이라고 말하며 2015년에는 최씨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직접 최씨 일가 지원을 논의하는 회의를 소집했고 최씨를 지원하기 위해 박상진 사장을 독일로 급파했기에 이 부회장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의 수첩이나 최순실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등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진술내용을 반박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특히 특검수사에서 당초 보였던 입장과 다른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진술이 주요 피의자들의 진술과 어긋나는 것도 구속영장 청구사유”라고 설명했다.

◆ 특검과 삼성그룹 법리공방 전망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형법 제129조)와 제3자 뇌물죄(형법 제130조)를 모두 적용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구체적으로 뇌물 공여의 경우 단순뇌물 공여와 제3자 뇌물 공여를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뇌물수수자 기준으로 단순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모두 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두 죄의 형법상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동일하다. 다만 혐의 입증과정은 차이가 많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적용된다.

따라서 이 죄는 뇌물공여자의 부정한 청탁이나 구체적인 약속 등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되야 적용된다. 삼성그룹 변호인단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출연이나 최씨일가 지원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가성’을 부인하는 전략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죄는 대가성이 있다는 점만 보여주면 된다. 그러나 이 죄를 적용되려면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 특검보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사이의 이익공유와 관련된 여러 자료를 통해 상당부분 입증됐다”며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유 관계를 입증할 객관적인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현재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삼성그룹, 어떻게 대응할까

삼성그룹은 대가성 여부를 부인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공백의 차질도 호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검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불구속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으로 윤석열 특검수사 팀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문강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와 이정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파견, 대전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쳤다.

‘특수통’인 오광수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대검 중수2과장 등을 지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법무팀도 이들과 함께 총력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법무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성열우 팀장이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