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고 지배구조 개선요구에 직면한 국내 대기업집단을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행동주의 펀드의 아시아지역 투자가 늘고 있어 국내에도 행동주의 열풍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
|
|
▲ 스즈키 도시후미 전 세븐앤아이홀딩스 회장. |
남기윤 동부증권 연구원은 16일 “해외 행동주의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대기업집단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지적했다.
남 연구원은 그 이유로 대기업집단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본주의 원리에 노출되지 않은데다 외국인 보유 지분이 많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남 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목표가 될 수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아시아기업에 투자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개선되고 있고 국내에서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아시아 기업 공격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겪은 아시아 기업은 2014년 17개에서 2015년 83개로 1년새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시아 기업을 겨냥한 헤지펀드의 공격 성공률은 2015년 46.7%로 미국(68.6%)과 영국(62.1%)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성공률 증가폭은 17.1%포인트로 미국(3.0%포인트)과 영국(6.9%포인트)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아시아 기업들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폭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셈이다.
남 연구원은 행동주의 해지펀드가 지배구조가 취약한 아시아의 가족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최근 일본 편의점업계의 대부인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앤아이홀딩스 회장 퇴진 사건을 행동주의 투자자가 활동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2015년 10월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는 세븐앤아이홀딩스 지분을 확보했다. 2016년 3월 서드포인트는 스즈키 회장이 아들 스즈키 야스히로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 한다며 경영승계를 반대했다.
세븐앤아이홀딩스 이사회는 서드포인트의 손을 들어줬다. 스즈키 회장이 추진한 사장 인사건이 이사회에서 부결되면서 스즈키 회장은 사임을 발표했다. 이사회는 서드포인트의 지지를 업은 류이치 이사카 세븐일레븐 사장을 세븐앤아이홀딩스 회장으로 새로 선출했다.
남 연구원은 “일본 안팎에서 이 사건을 CEO가 회사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문화가 바뀌는 의미있는 사건이며 좋은 징표로 해석했다”고 평가했다.
남 연구원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목표가 될 수 있으며 외국인 지분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4대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외국인 지분보다 최대주주 지분이 적은 곳은 여러 곳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50.8%, 최대주주 18.4%로 격차가 크다. 삼성생명도 최대주주 지분은 18.5%인데 외국인 지분은 47.0%나 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도 외국인 지분이 43.4%이며(최대주주 28.2%)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인 현대모비스는 47.3%(최대주주 30.2%)이다. SK하이닉스도 외국인 51.4%, 최대주주 20.8%이고 SK텔레콤은 외국인 40.7%, 최대주주 25.2% 수준이다.
LG화학은 외국인 37.7%, 최대주주 33.4%, LG생활건강은 외국인 45.3% 최대주주 34.0%로 비교적 격차가 적었다. 반면 포스코는 외국인 52.3%, 최대주주 10.6%로 가장 차이가 많이 났다.
삼성전자는 이미 행동주의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주주 배당 확대와 기업분할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