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8-12 14: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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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제 관심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재논의 대상이 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이 투자자 여론에 떠밀려 '대주주 양도세 완화'로 선회한 데 이어 배당소득 쪽에서도 물러설지 주목된다.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기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식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정부에 '50억 원 유지'를 당의 의견으로 전달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종목당 50억 원 유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로 '자본시장의 흐름'을 들었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천’을 내세워 부동산에 몰려있는 국내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려 하는 만큼 세제개편안도 그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한 정책위의장은 “지금 돈을 갖고 있는 분들 대부분이 부동산에 관심이 있거나 금 시장도 괜찮아 한다”며 “그 돈을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자본을 주식시장으로부터 충당해 기업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기업이 성장을 한다면 대한민국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되니까 큰 흐름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정부의 세제개편안 논란이 불거진 지 10여일 만에 투자자 여론을 따라가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데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당대표’ 시절인 지난해 12월 금투세를 예정대로 도입하느냐, 국민의힘 요구대로 폐지하느냐를 두고 당내 이견이 충돌했다.
진성준 당시 정책위의장은 기존 여야 합의대로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결국 시장의 요구를 수용해 금투세 폐지를 결정했고 뒤이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2년 유예하겠다며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의 결정은 결국 주식 투자자의 여론에 밀려 ‘조세형평성’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개인투자자 중 10억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4만9236명에 불과하다”며 “(대주주 양도세 기준) 50억 원 회귀 주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초부자감세'를 되돌리려는 정부의 개편안에 여당이 맞서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대주주 양도세 요건은 입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 사항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 다만 여당이 시장의 목소리라며 50억 원 유지를 주장한 만큼 정부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한 정책위의장은 “정부도 (당의 입장을) 아주 심각하게 고려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주주 양도세와 함께 시장과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수정될지 관심이 모인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지난 7월31일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자와 합쳐 연간 2천만 원이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폭탄'을 맞는 배당소득을 분리과세 하는 동시에 최고 세율을 기존 45%에서 3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은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취지는 총수 일가의 세 부담을 낮춰 배당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미 기존 종합소득과세 대상자도 배당세액공제를 고려하면 실효세율은 40% 안팎에 그친다. 이 때문에 기업 소유주 입장에서 배당을 늘릴 유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받기 위한 조건도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및 평균 배당 대비 5% 이상 배당이 증가’한 기업 등 두 가지로 까다로워졌다.
기재부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상장사는 전체(약 2500개)의 13% 수준인 350여 개가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혜택을 받는 기업이 제한적이면 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을 두고 “기대와 달리 적용 요건이 까다롭고 일부 구간 세율도 높이 설정됐다”며 “예상보다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소영 페이스북 갈무리>
당초 시장에서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안은 이 의원 법안보다 상당히 후퇴해 실망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의원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은 배당 성향 35% 이상인 상장 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과 분리해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배당소득 2천만 원 이하라면 지금처럼 15.4%, 2천만 원 초과 3억원 이하는 22%, 3억 원이 넘는 경우 27.5%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안은 3억 원 초과 최고 구간에 대해 35% 세율을 적용한다. 이럴 경우 지방소득세까지 반영하면 실질 세율은 38.5%로 기존 이 의원 법안보다 10% 이상 세율이 올라간 셈이다.
또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시행령이 아니라 국회의 법률 개정으로 확정되는 만큼 민주당이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며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두고 “정부가 발표한 안은 조금 부족하고 이소영 의원 법안처럼 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며 “국회 논의 과정이 있으니까 (최고세율과 적용 기준이) 조금 더 내려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