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6일 미국 워싱턴D.C. 집무실에서 열린 투자 발표 행사에서 팀 쿡 애플 CEO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를 매겨도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를 미국으로 유치하는 데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이미 미국에서 일부 생산을 하고 있는 데다 높은 제조 비용으로 추가 투자가 여의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품목관세를 부과해도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기업의 대미 투자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 품목에 최대 10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적자를 줄이고 생산 설비를 미국으로 끌어오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미국 바깥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모든 집적 회로와 반도체에 100%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TSMC 등은 이미 미국에 생산 거점을 갖추고 있어 트럼프 정부가 관세로 노리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내 제조 비용이 상당해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반도체 관세에 예외 조건인 ‘미국 내 생산과 투자’ 요건을 충족해 추가 투자 유인이 적다는 부문도 함께 짚었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1650억 달러(약 228조7천억 원)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다수를 짓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에 400억 달러(약 55조44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대만이나 한국 등 본거지에서 나오는 생산비가 미국보다 저렴해 대미 추가 투자에 신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TSMC는 “미국 내 제조 비용 상승으로 앞으로 몇 년 동안 회사 전체 매출 총이익률이 2~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투자자에게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세 부담이 오히려 반도체 비제조 전자기업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했다.
애플은 앞으로 4년 동안 6천억 달러(약 832조 원) 투자 계획을 내세워 관세를 면제받았다. 다른 대형 기술기업도 유사한 전략을 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들 투자에 상당수는 이미 진행 중이던 사업으로 관세가 새로운 투자 촉매 역할을 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제조업 전반에 투자를 촉진하려 했으면 타당한 선택”이라며 “미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설비를 도입하겠다던 목표를 고려하면 묘책이라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