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뇌물공여 혐의로 특검의 조사를 받으면서 삼성물산 합병무효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의 대가로 최순실씨 등에 거액을 지원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 뇌물을 줬다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삼성물산 합병 자체가 무효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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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었던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삼성물산 합병이 가까스로 성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결과가 삼성물산 합병무효 소송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옛 삼성물산 주주인 일성신약 등은 지난해 3월 삼성물산을 상대로 합병무효 소송을 냈다. 당시만 해도 일성신약이 진행하고 있는 주식매수 청구가격 조정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소송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박근혜 게이트에 삼성물산 합병이 연루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합병무효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황종식 부장판사)는 당초 지난해 12월15일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특검수사가 이뤄지자 선고를 연기하고 3월20일을 변론기일로 정했다.
특검조사가 모두 끝나는 것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합병을 성사하기 위해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입증될 경우 재판에 영향을 미쳐 합병무효 판결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재판부가 합병무효 판결을 내릴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도 넓게 존재한다. 삼성물산은 시가총액 8위의 대기업으로 합병이 무효로 돌아갈 경우 적지 않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경우 이미 성사된 합병의 무효판단을 신중하게 하는 편”이라며 “삼성물산 합병무효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거 대법원은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합병무효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008년 남한제지 합병무효 소송에서 “현저하게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정한 합병계약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공평의 원칙 등에 비춰 무효”라고 파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합병무효 판결을 내리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병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당시 판결에는 양승태 현 대법원장도 대법관으로 참여했다.
삼성물산 합병무효 소송 역시 기존 판례를 뒤집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원고 쪽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합병비율을 조정하도록 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합병무효 소송을 제기한 일성신약 등은 지난해 5월 삼성물산 주식매수 청구가격 조정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삼성물산이 주식매수가격을 당시 책정한 5만7234원 대신 합병설이 나오기 전인 6만6602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