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경 신세계 회장(가운데)이 2016년 12월15일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신세계 개점 행사에 참석해 기념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2022년부터 자사주를 대폭 늘려왔다.
신세계 자사주 비중은 2022년 5월 0.09%(8774주)에 불과했으나 2023년 5월 3.05%(30만60주), 2024년 5월 4.29%(42만2694주)에 이어 2024년 말에는 10.9%(107만7500주)로 크게 높아졌다.
신세계는 2023년 40만여 주를 사들였고, 2024년에는 다시 60만여 주를 매입했다. 회사가 내건 취득 목적은 ‘주가 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
이어 신세계는 2024년 12월27일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이번 밸류업 계획에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해마다 자기주식 20만 주 이상을 소각하고 △2027년까지 주당배당금을 2024년 기준 30% 이상 인상하며 △2024년부터 최소 4천 원의 주당배당금을 지급하고 △2025년부터 배당금액 결정 이후 배당기준일이 도래하도록 정관을 변경해 배당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회사의 이익잉여금으로 자사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한 뒤 이를 소각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금 변화 없이 발행 주식 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을 증가시킴으로써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2025년 2월 약 354억 원어치에 달하는 자기주식 20만 주를 소각해 밸류업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신세계의 자사주 비율은 9.10%(87만7500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신세계 자기주식 비율은 여전히 업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6월 공개한 상장사 자사주 보유 및 소각 현황에 따르면, 50대 그룹 핵심 계열사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평균 4.7%, 전체 상장사 평균은 3.3%였다.
◆ 정유경은 자기주식 어떻게 활용할까
지금까지 많은 상장회사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경영권 분쟁이 닥쳤을 때 의결권이 없는 자기주식을 다른 회사나 개인에게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고 우호세력을 만들거나, 인적분할 때 최대주주 지배력을 확대하는 ‘자사주 마법’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 자기주식을 경영권 방어 또는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나 활용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보인 적은 없다.
하지만 신세계가 밸류업 계획에 따라 2026년과 2027년 20만 주씩을 소각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47만7500주(약 4.95%)가 남게 된다.
이 자사주를 정 회장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 회장이 이 자사주도 회사의 밸류업 계획에 따라 모두 소각할 확률이 크다고 본다. 이는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 의무화’를 내용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
하지만 만약 상법 개정이 이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 회장 입장에서는 자사주 활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정 회장이 남은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등 돌발변수에 대비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또 자사주를 매각·교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세계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밸류업 계획에 따른 자사주 소각 계획 외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