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D램 호황의 수혜로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가 공격적으로 D램 증설에 투자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이 변수로 떠오른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3D낸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생산투자에 이어 D램의 공정전환에도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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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올해 글로벌 D램가격이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산업 발달 가속화로 IT분야 투자가 기대 이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올해 7조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127% 늘며 기존 최대 연간 영업익인 5조1500억 원보다 큰폭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대화면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며 중국업체들을 중심으로 다중작업의 구동성능을 높이기 위한 8기가 이상의 대용량 램 탑재도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내놓은 LPDDR4X 규격의 저전력 8기가 램이 삼성전자 갤럭시S8에 탑재될 수 있는데다 중국 고객사를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해 실적의 견인차 노릇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업황호조에 주목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이 D램 생산투자에 다시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은 SK하이닉스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기존 반도체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이 빠르게 완화되며 D램 공급부족에 대응해 신규 생산투자에 나설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투자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D램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되며 가격이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실적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D램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는데 공급과잉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투자가 부진한 틈을 타 올해 전체투자의 절반을 D램에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3D낸드보다 D램에 투자를 더욱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D램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악화할 경우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끌어올린 삼성전자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성욱 부회장이 이런 업황변화를 방어할 체질을 갖추기 위해 올해도 SK하이닉스의 D램 미세공정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D램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미세공정전환이 늦어지며 상반기 업황악화에 큰 타격을 받았다. 자칫하면 올해 하반기도 이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실적의 유일한 리스크는 업계의 D램 증설투자 규모”라며 “중장기적인 지속적 실적개선을 위해 투자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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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우시의 SK하이닉스 D램 생산공장. |
SK하이닉스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3D낸드 시장에서 입지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대규모 생산투자가 불가피한데 D램의 미세공정투자를 동시에 집행할 경우 큰 자금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올해 SK하이닉스의 투자 예정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6조 원 안팎으로 책정됐다.
박 부회장이 3D낸드 시장진입을 늦추며 D램 미세공정전환에 집중하거나 올해 D램 업황악화에 따른 실적타격 가능성을 안고 3D낸드에 집중투자하는 방안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셈이다.
중국업체나 일본 도시바와 3D낸드 생산시설 확보에 협력해 SK하이닉스의 투자부담을 줄이거나 올해 전체 투자금액을 더욱 늘리는 등 박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산업은 과점체제가 구축된 만큼 수요와 업황변화에 따른 적절한 투자전략이 관건”이라며 “SK하이닉스의 D램업황 리스크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