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5-07-04 14: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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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의 주력 생산라인을 4나노에서 2나노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2026년 말 테일러 공장 가동 전까지 미국 빅테크로부터 대규모 2나노 수주를 받아, 일정 수준 이상의 가동률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사진)은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위한 2나노 대형 고객 확보가 시급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이를 위해 파운드리 전략도 차세대 공정 개발보다는 2나노 수율(완성품 비율)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4일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 테일러 공장 완공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말까지 공장 가동을 연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반도체 공급망 업체 임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현지 칩 수요가 그다지 강하지 않고, 삼성이 몇 년 전 계획했던 4나노 공정은 현재 고객 요구를 더 이상 충족하지 못한다”며 “공장을 전면 개편하는 것은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단 관망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으로 노렸던 애플, AMD, 브로드컴, 엔비디아, 퀄컴 등이 모두 대만 TSMC 애리조나 공장의 4나노 공정을 활용하면서, 테일러 공장을 가동할 만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진만 사장은 테일러 공장에서 4나노 대신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으로 생산전략 방향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사장은 이미 1.4나노와 같은 차세대 공정 개발보다는 2나노 수율(완성품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2027년부터 1.4나노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1일 ‘세이프 포럼 2025’를 통해 양산 목표 시점을 2029년으로 늦추는 수정된 로드맵을 내놓았다.
올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2나노 수율과 성능을 끌어올려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3나노에 이어 2나노에서도 대규모 수주에 실패한다면 ‘적자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파운드리사업부는 2025년 한 해에만 5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갈무리.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아직 2나노에서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퀄컴으로부터 2나노 모바일 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수주하기 위해 양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4나노 고객이었던 퀄컴과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퀄컴은 차세대 AP ‘스냅드래곤8 엘리트2’의 일부 제품을 삼성전자 2나노 공정으로 제조하는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도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을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2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MX사업부는 삼성 파운드리 3나노 공정으로 만든 AP ‘엑시노스2500’을 7월9일 처음 공개하는 갤럭시Z플립7에 적용한다. 만약 엑시노스2500이 성능에서 합격점을 받는다면 2나노로 제조한 ‘엑시노스2600’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는 갤럭시S26 시리즈에 탑재하는 것도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파운드리사업부는 2나노 양산이 본격화하기까지 수조 원의 적자를 감당해야 한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EUV 장비 도입을 늦추는 등 비효율적 투자는 과감히 축소하며 ‘보릿고개’를 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파운드리 관련 행사도 비공개로 개최하는 등 비용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여전히 낮은 가동률로 인해 2분기 적자 폭 감소는 미미할 것”이라며 “하지만 3분기부터는 신규 거래선 가세에 힘입어 적자 폭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