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OCI홀딩스가 그동안 태양광 사업을 괴롭힌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핵심시장 미국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올해 상반기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투자 지원 조항이 유지되며 위험요소를 떨쳐냈다.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다만 미국 태양광 시장 자체의 위축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긴장감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재생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연방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며 그동안 OCI홀딩스를 포함한 태양광업계에 악재로 작용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미국 하원은 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의제가 담긴 OBBBA를 가결했다. OBBBA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규정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세제혜택 관련 수정 내용도 담겼다.
상원과 하원을 오가는 지난한 과정 끝에 의회를 최종 통과된 것으로 공식 시행까지는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 남겨뒀다.
태양광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부정적 태도에도 투자를 돕는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이 유지돼 그동안 위험요인으로 작용한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MPC는 한때 일몰 시한이 앞당겨질 것으로도 전망됐지만 기존 2032년으로 유지됐다. 오히려 수령 조건에 중국 견제 목적의 ‘외국 영향력 차단(PFE, Prevention of Foreign Influence)’ 단서가 붙어 우리나라 태양광업체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태양광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다 극단적으로 태양광과 IRA 등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지만 결론적으로는 시장에서 예상 가능한 수준의 법안이 통과됐다”며 “법안 통과 뒤에는 미국 주요 태양광 기업 주가도 올랐고 퍼스트솔라는 8% 가량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BBBA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호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통과된 내용에 따라 중장기적 사업계획은 조정하며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OCI홀딩스도 그동안 악재로 작용한 핵심시장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관련한 부담을 덜었다.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이번에 유지된 AMPC 등을 근거로 미국 셀 공장설립을 결정한 것을 포함해 현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며 투자를 이어왔다.
이 회장은 “태양광 셀 신규 법인 설립으로 말레이시아 법인 OCI테라서스의 폴리실리콘으로 만드는 클린 서플라이 체인의 미국산 셀 생산을 시작하게 된다”며 “이번 최소 비용·최단 기간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국 내 태양광 가치사슬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AMPC 유지에도 이 회장에 남은 부담 요소로는 미국 전체 태양광 시장 위축 우려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고 OBBBA는 큰 틀에서 신재생에너지 축소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AMPC 외의 태양광·풍력발전 등의 생산세액공제(PTC)와 투자세액공제(ITC) 적용 기한이 기존보다 앞당겨져 전방산업의 수요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사업은 ITC와 PTC 보조금 수취 기간 변화로 단기적으로는 선수요가 발생하며 수요 전망치가 상향될 것”이라며 “다만 적용 종료 시점인 2028년 이후로는 수요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이 가운데 태양광산업 공급과잉을 불러일으킨 중국 태양광업계 구조조정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도 관심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태양광 산업 제조업체 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 등을 논의했다.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에 따른 공급감소로 태양광 가치사슬 가격이 올라 호재로 여겨지지만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가치사슬에서 OCI홀딩스의 생존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력 산업 구조개편으로 하반기 태양광 소재 및 부품 감산 등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춘 대형 업체로 통폐합을 통해 폴리실리콘과 모듈 등 시장 가격의 정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비중국 가치사슬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셀 생산능력은 모듈을 크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OCI홀딩스는 이 부분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 OCI홀딩스 >
이 회장이 기대할 수 있는 요소로는 미국 태양광 시장의 단단한 수요 성장세가 꼽힌다.
OCI홀딩스는 미국 태양광 설치 수요가 2030년 66GW로 지난해(49GW) 대비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 내 셀 생산능력은 모듈 생산능력 대비 90%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를 외면하고는 ‘에너지 패권’에 다가설 수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중국은 7월4일을 ‘미국 전력 의존의 날’로 지정해야 할 판”이라며 “재생에너지는 AI 데이터센터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이지만 OBBBA는 의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약화시켰다”고 바라봤다.
이 회장은 태양광 사업을 둔 고심을 이어가며 또다른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늘리며 사업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용보다 더 높은 순도가 요구되는 만큼 기술력이 필요해 전세계적으로도 OCI홀딩스와 미국 헴록, 일본 도쿠야마, 독일 바커 등 극히 일부 업체가 전세계 공급량을 도맡고 있다. 가격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5배 가량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 테라서스를 통해 OCI 및 일본 화학사 도쿠야마와 협력해 말레이시아에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공장은 이르면 7월 기공식을 연다.
이 회장은 6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OCI 테라서스는 글로벌 비중국 폴리실리콘 가치사슬의 핵심 공급망이 될 잠재력을 갖췄다”며 “OCI는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OCI 테라서스와 파트너십 강화로 새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구상은 오는 8월5일 2분기 실적 발표 뒤 진행될 컨퍼런스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컨퍼런스콜을 매번 도맡아 미국 태양광 시장을 향한 끊임없는 신뢰를 보냈고 지난 1분기에도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불확실성이 AMPC 유지로 걷혔다”며 “태양광 시장도 미국 주별로 다르며 OCI홀딩스가 발전사업을 펼치는 텍사스는 유일히 자체 전력망을 구축한 곳으로 데이터센터가 많아 시장 전망도 밝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