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5-06-30 15:51:42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발생한 1300억 원 규모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태를 딛고 초대형투자은행(IB) 인가획득에 나서고 있다.
초대형IB 인가를 얻으면 발행어음 사업에도 도전할 수 있다.
▲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이후 내부통제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취재를 종합하면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금융당국에 초대형IB 신청을 넣은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초대형IB의 신청만 한 상태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발행어음 도전 여부는 결과 확인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규모 4조 원’이라는 초대형IB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초대형IB로 올라서면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해 큰 폭의 실적 도약이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신한투자증권이 초대형IB인가 획득에 성공한다면 이선훈 대표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게 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10월 약 1300억 원 규모의 ETF 유동성공급자 손실 사태를 내 금융감독원 등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신한투자증권의 유동성공급 업무 담당자 2명이 2024년 8월 담당 업무와 무관하게 ETF 선물거래를 실시하다 1289억 원가량의 손실을 낸 뒤, 이를 은폐하려 1300억 원의 이익이 나는 스와프 거래를 진행한 것처럼 전산시스템에 허위 등록한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임직원 2명은 올해 6월26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현재 정직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 되지 않아 회사 소속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여파로 김상태 당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났고, 이선훈 당시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 신한투자증권에 초대형IB에 도전하고 있다.
이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내부통제를 강조한 점 역시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올해 1월 취임사에서 “잘못된 관행을 제거하고 새롭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비장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올해 1분기까지 인력·시스템·프로세스·조직 측면에서 수립한 비상계획을 빠르게 완수하고 2분기부터 조직문화와 업무 프로세스, 사업라인 등 근본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5월에도 대직원 메시지에서 키케로의 저서 ‘의무론’ 중 ‘신의는 말한 바를 실행함에서 비롯된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메시지에서 “신한투자증권은 중기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며 “내부통제를 중심으로 내실 있는 운영체계 정비와 함께 차별화된 성장을 위한 미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금융당국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가이드라인’ 발표 뒤 초대형IB와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앞두고 내부통제 고삐를 죈 것으로 읽힌다.
다만 업계에서는 내부통제만이 유일한 심사조건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도 당연히 중요하다”면서도 “금융당국이 종투사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였다”고 짚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