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남아시아의 인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직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 않지만 이들 국가는 K금융의 미래 영토로 평가된다. 이들의 어떤 점이 K금융을 매혹했을까. 아시아 금융신흥국인 그곳에서, 묵묵히 K금융의 영토를 넓히고 있는 이들을 비즈니스포스트가 만났다.
-인도 글 싣는 순서
① 알렉산더도 퇴각했던 그곳, K금융은 철옹성 인도 어떻게 뚫었나
② 신한은행 인도 본부장 김근호 “30년간 펼친 제휴 전략 성공적, 개인 고객 90%가 현지인"
③ 우리은행 인도 본부장 이필복 “기업고객 중 현지 비중 절반 넘겨, 사업 다각화 추진한다”
④ 인도 미래에셋증권 CSO 매니쉬 제인 "리테일 부문 10위권, 주식발행 시장 커질 것"
⑤ 인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 헤드 바이바브 샤 “우리 전략의 핵심은 ‘간결함’, 쉐어칸은 오프라인 시너지 가져다 줄 것”
⑥ ‘니프티50의 그 곳’, 아시아 최대 증권거래소 NSE 가보니
- 프롤로그 기사 보기
① '제국의 추억' 좇는 세 나라,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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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SE 내부에 기념사진을 모아놓은 장소. 중앙 하단 사진 안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아쉬슈쿠마르 차우한(Ashishkumar Chauhan) NSE 이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
[뭄바이(인도)=비즈니스포스트] ‘하나의 인도, 하나의 지수.”
지난 20일(현지 시각) 방문한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는 대표지수인 니프티50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핵심은 ‘포용성’이다.
니프티50은 최근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투자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인도증시의 대표 지수다.
실제로 NSE의 설립 취지와 과정을 보면 '포용성'을 실감할 수 있다.
▲ NSE 내부 벽면 모습. 핵심 가치인 포용성(Integrity), 투명성(Transparency), 효율성(Efficiency), 번영(Prosperity), 혁신(Innovation) 등의 문구가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
NSE는 1994에 본격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까지 인도에는 뭄바이증권거래소(BSE)가 홀로 증권거래소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BSE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이며 인도 양대 대표 지수인 센섹스 지수를 공급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폐쇄성, 불투명성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일부 중개회사들만이 BSE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으며 1990년대에는 결제부터 청산까지 장장 60일이 걸리기도 했다.
이같은 자본시장의 폐쇄성과 독점성을 혁파하고, 금융의 온기를 좀 더 넓게 확산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것이 NSE다.
NSE는 자격만 갖추면 모두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인도 최초로 전자 방식의 거래 시설도 도입했으며 신속성과 간편성도 강점이다.
NSE는 처음에 주식과 채권 거래로부터 출발해 이후 옵션과 선물 등으로 거래 상품을 다양화해 나갔다.
그 결과 현재 기준 인도 시가총액의 95%가 NSE에 몰려 있다. 거래 건수 기준으로는 약 5년 전부터 세계 최대이자 아시아 최대 거래소에 등극하기도 했다.
▲ NSE 황소상은 특이하게 인도 각계각층 사람들의 조각상과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인도 국민들을 아우르는 금융의 포용성을 상징하는 의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
또한 기업공개(IPO) 건수로도 지난해에 세계 최대의 시장에 올랐다. 우리 기업 가운데서도 현대차가 이곳에서 상장했으며 LG도 곧 상장을 앞두고 있다.
NSE가 금융 포용성을 넓힌 결과, 현재 인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의 열기도 뜨겁다.
2021~2022년 2500만 명에 그치던 인도 개인투자자 수는 현재 1억3천만 명까지 증가했다.
로힛 만도트라(Rohit Mandhotra) NSE IR 헤드는 “향후 2~3년 동안 이 수치에서 또 2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NSE는 인도 국민들을 넘어 이제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넓히고 있다.
NSE는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외국 기업이 충분히 역량이 있다고 판단하면 빠르게 IPO 절차를 밟게 한다.
이에 스즈키, 토요타, 지멘스, 브리티시토바코 등 전세계 선진국 기업들이 NSE에 현재 상장된 상태다.
로힛 헤드는 “특히 인도와 관련성을 갖추면 가점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에도 상장된 외국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곤 한다”며 한국 기업들에게도 더 적극적인 인도 진출을 권유했다.
NSE는 거래소이지만 규제 역할을 수행하고도 있다.
기본적으로 중개회사들을 규제하지만 상장 이후에는 상장사들의 자격 조건 유지 여부도 감독하는 식이다.
▲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의 NSE 상장 25주년 기념식. 종의 바로 오른쪽이 아쉬슈쿠마르 차우한 이사장. <비즈니스포스트> |
이날 탐방에는 마침 마힌드라 라이프스페이스가 NSE 상장 25주년 기념식을 갖고 있었다.
마힌드라는 인도 거대 재벌기업 중 하나이며 라이프스페이스는 부동산, 건설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다.
관계자들이 줄을 잡아당기자 종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감싸 안았다.
한국 기업들의 종소리가 NSE의 포용성에 안길 날도 머지 않았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