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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심의영 나이스그룹 대표이사, 조왕하 한국신용평가 대표이사, 윤인섭 한국기업평가 대표이사 |
국내 신용평가사는 설립 이후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국내 신용평가시장 규모는 1997년 100억 원이었다. 2011년 그 규모가 834억 원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국가 경제규모에 비해 작은 편이다. 신용평가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2010년 기준 신용평가시장 규모가 약 2조 원에 이른다.
최근 들어 국내 3개 신용평가사들의 매출은 줄고 있다. 경기침체 외에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정부의 규제 속에서 자라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 신용평가사들의 위기
국내 3개 신용평가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회사채 발행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기업평가는 1분기 영업이익이 15억5626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5% 급감했다. 매출도 89억8611만 원으로 20.1% 줄었다.
NICE신용평가도 1분기 매출이 18% 가량 감소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매출이 다른 신용평가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업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채권금리가 떨어지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그러나 건설과 조선 등 업황이 악화된 회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줄이면서 시장규모가 축소했다. 또 지난해 STX그릅과 동양그룹이 와해되면서 회사채시장이 냉각됐다.
신용평가사들의 실적부진은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회사채와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발행이 감소하면서 신용평가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지난해 신용평가부문 매출은 814억 원으로 2012년 대비 10% 감소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매출의 70~90% 정도를 회사채 신용등급 평가에서 얻는다.
회사채는 지난해 116조3천억 원이 발행돼 2012년 대비 12조4천억 원 줄었다. 자산담보부 기업어음도114조6천억 원으로 2012년 대비 35조8천억 원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는 55조2천억 원으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313억8966만 원으로 2012년 대비 10.3% 줄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316억1481만원으로 10.9% 감소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전체 매출액은 416억 원이었다.
신용평가사의 시장점유율은 신용평가부문만 놓고 비교한다. 신용평가부문의 매출만 보면 한국기업평가는 267억 원,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각각 271억 원, 276억 원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회사채시장 분위기와 신용평가사 매출이 궤를 같이 하는데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정확한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하반기 실적도 뚜렷한 개선 분위기를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 신용평가사 대표들, 회사를 위기에서 구할까
국내 3대 신용평가사 대표들은 신용평가사를 신용의 위기와 실적의 위기에서 건져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심의영(59) 나이스그룹 사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사장에 올랐다. 이 전까지 그는 나이스평가정보 대표를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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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3대 신용평가사 (맨위)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맨아래) |
심 대표는 기업의 신용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자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관련된 모든 주체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심 대표는 정보의 수집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부분적 기업정보에서 기업과 연관된 모든 정보로 수집영역을 넓혀간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1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한국은행 춘천지점 조사역 등으로 18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1999년부터 금융감독원으로 옮겨 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장, 감독서비스총괄국장 등을 거쳐 KIS정보통신 대표이사를 지냈다.
조왕하(61) 한국신용평가 대표이사는 2009년 대표로 취임했다.
조 대표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영학 석사와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89년부터 동양그룹 금융계열사에서 부회장을 지낸 후 2005년부터 대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9년 3월 채권금융기관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가 한국신용평가 대표가 됐다.
윤인섭(59) 한국기업평가 대표이사는 2010년 12월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이전까지 하나HSBC 생명보험 사장으로 근무했다.
윤 대표는 최근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 의해 신용평가 부정행위가 적발되자 신용평가를 더 엄격하게 하도록 내부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21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는데, 올해 하향조정한 기업은 32개에 이르고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또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아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절차도 바꿨다.
윤 대표는 보험업계에서 최연소 CEO를 맡은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39세에 ING생명보험 대표이사에 올랐다.
윤 대표는 1956년생으로 연세대학교를 졸업했고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교보생명에서 근무 후 ING생명보험, 그린화재보험, KB생명보험 CEO를 역임했다.
◆ 신용평가사들은 돈을 어떻게 버나
신용평가사의 수입은 주로 신용평가를 하고 받는 수수료다.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평가수수료가 사실상 수입의 전부다.
신용평가사의 전체 매출 중 신용평가 수수료 비중은 한국기업평가가 63.1%, 한국신용평가는 84.9%, 나이스신용평가는 85.8%에 이른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평가업무 외에도 다른 신용평가사에 비해 사업성 가치평가나 주식가치 평가 등 다른 업무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신용평가 수수료의 비중이 낮다.
신용평가시장에서 3개 회사의 점유율은 NICE신용평가가 제일 높다. 나이스신용평가가 33.9%, 한국신용평가가 33.2%, 한국기업평가가 32.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회사채 평가대상 기업은 한국기업평가가 가장 많다. 한국기업평가는 평가대상 회사를 2009년 336개, 2012년 365개 보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평가대상기업이 제일 적었는데, 2012년 한국신용평가보다 5개 더 보유하면서 2위에 올랐다.
◆ 국내 신용평가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1982년 이철희 장영자 어음사기사건을 계기로 설립됐다.
이들은 일신제강, 동일토건 등에 자금을 빌려줬다. 그런 다음 빌려준 자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어음을 받아 시중에 유통시켜 6400억 원을 챙겼다. 이 여파로 기업들이 연쇄도산했고 증시는 폭락했다. 사채시장은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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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평가사 발족의 계기가 된 어음사건의 주역 장영자씨. |
이 사건을 계기로 객관적으로 어음이나 채권의 신용등급을 매겨줄 신용평가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부는 금융기관들과 공동출자해 전문 신용평가기관을 설립했다. 한국기업평가가 가장 먼저 세워졌다. 한국기업평가는 국책은행이던 산업은행의 단독출자로 1983년 탄생했지만 평가를 개시한 것은 1987년이었다.
이후 한국신용평가가 탄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985년 제2금융권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됐다. 마지막으로 제1금융권의 금융기관들이 출자해 1986년 나이스신용평가가 세워졌다.
그 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를 제외하고 2개 신용평가사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영권은 2007년 피치에게 넘어갔다. 피치는 한국기업평가의 최대주주인 한일시멘트 지분 39.33%를 넘겨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피치는 이후 2008년 1월 지분율을 73.55%로 늘렸다.
한국신용평가는 2001년 무디스에게 넘어갔다. 무디스는 2001년 한국신용평가의 지분 ‘50%+1주’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2대주주는 '50%-1주'를 보유한 나이스그룹의 계열사인 나이스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