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과 중동, 한국 등 전 세계의 '소버린 AI' 개발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엔비디아에 수혜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9일 런던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이 문화와 언어적 특성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소버린 인공지능(sovereign AI)’이 한국과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소버린 AI 개발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 집중되어 있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글로벌로 확장하는 효과를 내며 엔비디아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023년부터 꾸준히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유럽 국가들이 마침내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은 최근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서 잇따라 현지 기업과 협력을 발표하며 각국의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유럽은 현재 온라인 플랫폼과 IT서비스 분야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유럽 국가들은 향후 국가 경쟁력에 핵심으로 자리잡을 AI 주도권마저 미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게 됐다.
결국 주요 국가들은 자국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소버린 AI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엔비디아가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셈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는 필수로 쓰인다. 따라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소버린 AI의 성패를 가를 수도 있다.
프랑스는 자국산 인공지능 기술로 외국 빅테크 기업의 기술에 대안을 찾겠다며 초기 투자에만 엔비디아 반도체 1만8천 대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들여 네 곳의 ‘인공지능 기가팩토리’를 설립하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도 마찬가지로 대량의 엔비디아 반도체가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소버린 AI 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대표 국가들로 떠올랐다.
이들 국가는 석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인공지능 신산업에 뛰어들며 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이러한 노력에 결정적 기회가 됐다. 엔비디아가 이를 계기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에 대량의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소버린 AI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 반도체 기반 서버 제품. |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하는 ‘한국형 AI’ 개발을 공약으로 앞세웠고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하정우 대통령실 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을 임명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5만 대를 확보하는 등 인공지능 인프라 등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공약도 소버린 AI 개발과 같은 선상에 있다.
이처럼 소버린 AI 개발이 전 세계 각국에 핵심 과제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엔비디아가 새로운 급성장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그동안 엔비디아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는 대부분 미국 빅테크 기업에 편중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 세계로 공급 기반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증권사 오펜하이머 보고서를 인용해 “소버린 AI 개발 확산은 모두 1조5천억 달러(약 2043조 원) 규모의 신규 시장을 여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이는 엔비디아에 상당한 수준의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펜하이머는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서버 등 영역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장기간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버린 AI 개발을 위한 노력이 전 세계 국가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지면서 자연히 최상위 기업인 엔비디아가 반도체 수요를 사실상 독차지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소버린 AI 개발에 공급하는 반도체 물량만 따져도 연매출의 10~15% 정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오펜하이머는 유럽의 시장 규모만 따져도 1200억 달러(약 163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강력한 수요가 전 세계에서 발생한다면 엔비디아의 성장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투자전문지 팁랭크스는 “인공지능 민족주의 시대에 엔비디아가 무기 판매상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라며 “전 세계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수록 소버린 AI 개발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로이터는 세계 각국이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력망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