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검사출신을 왜 끊임없이 영입할까?
지난 2년 동안 퇴직 후 일반기업에 취업한 검사출신의 절반 이상이 삼성그룹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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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 사장(왼쪽)과 조준형 삼성전자 부사장 |
준법경영이 중시되며 기업들이 사내변호사를 늘리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삼성그룹이 검사출신들을 대거 영입하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무부와 검찰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2~2013년 사이 퇴직검사들 가운데 9명이 일반기업에 취업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명이 삼성그룹 계열사에 취업했다. 3명은 삼성전자에 각각 부장 상무 전무로 입사했고, 나머지 2명은 삼성에버랜드 부장과 삼성물산 상무로 취업했다.
삼성전자에 법조인 출신 인사들이 많다. 부장판사 출신 김상균(56·13기) 사장이 삼성전자의 법무팀장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2005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나 삼성그룹 법무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삼성전자 법무팀 조준형(54·19기) 부사장도 검사출신이다. 그는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로 일하다가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당시 변호를 맡은 것을 인연으로 삼성전자 법무팀에 스카우트 됐다.
삼성 계열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SDS 등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에 법조인 출신 임원만 3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사시 기수별로 고르게 구성됐다.
삼성그룹은 국내외에서 500여 명의 사내변호사를 두고 있다. 국내 2위 로펌 ‘광장’의 변호사수보다 100여 명이 더 많다. 이들은 그룹의 결정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검토하고 해외계약 분쟁을 해결하는 등의 일을 한다.
이렇게 많은 변호사들 중에서 주요 임원은 주로 검사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게다가 삼성그룹은 지금도 계속 검사출신을 영입하고 있다. 이는 검사출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로펌에 근무하면서 로펌의 경영을 배운 변호사나 처음부터 기업에 입사해 근무해 온 변호사들이 기업경영에 능숙하다”며 “기업들이 검사출신을 임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기업경영보다는 전관예우를 노리는 의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2005년 ‘삼성X파일’ 사건으로 곤욕을 치뤘다. 이때 공개된 테이프에 삼성그룹이 검사들에게 뇌물 제공을 논의하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삼성이 검사들을 영입하는 이유’라는 자료에서 “삼성그룹의 법조인 영입은 기업 경영상의 필요보다 일종의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