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가 TSMC 반도체 공장 유치를 다시금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에도 재차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떠오른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내부.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아랍에미리트(UAE)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데 이어 삼성전자도 해외 진출을 확대할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나 AMD 등 고객사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파운드리 수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이를 추진하는 데 관건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2일 “TSMC가 중동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고려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과거 삼성전자도 이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TSMC가 아랍에미리트에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최근 미국 백악관 중동 특사와 아랍에미리트 투자기관 경영진 등 현지 주력 인사들과 다수의 미팅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TSMC가 미국에 모두 6개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결정지은 것과 유사한 대형 프로젝트를 아랍에미리트에서 재현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가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를 유치하는 계획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거론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들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이러한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순방에 나서며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대량 공급을 약속한 데 따라 투자 논의도 재개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랍에미리트가 인공지능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신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면 대규모 물량 확보 및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국가 안보 등을 우려해 TSMC의 중동 반도체 공장 투자에는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TSMC가 대만과 미국 이외 지역에도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해 인공지능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갖춘다면 미국의 중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TSMC의 반도체 공장 투자가 무산되는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 찾아나설 공산이 크다.
결국 삼성전자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금 중동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 구축에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현재 TSMC 수준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기술과 능력을 갖춘 곳은 미국 기업인 인텔을 제외한다면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자국 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을 확대해 관련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연히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도 필수적 과제에 포함된다.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TSMC가 중동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구축하기 어려워진다면 자연히 눈길은 삼성전자에 쏠릴 수밖에 없다.
대만 정부도 TSMC가 해외에 첨단 반도체 공장 투자를 꾸준히 늘리는 일을 경계하고 있다. 대만의 국가 경쟁력과 지정학적 중요성이 낮아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결국 TSMC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중동 반도체 설비 투자에 소극적 태도로 선회한다면 삼성전자의 투자 논의에도 다시금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TSMC의 중동 공장 건설이 이란이나 중국에 이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거의 다 한국에서만 운영하고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는 생산 거점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TSMC와 비교해 불리한 요소다.
TSMC는 현재 일본과 독일에도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설비 투자 유치에 힘쓴다면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동반될 가능성이 큰 만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덜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AMD 등 인공지능 반도체 고객사의 수주 사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중동 지역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해도 이러한 고사양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면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삼성전자의 투자를 요청할 이유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아랍에미리트의 반도체 공장 유치는 중동의 인공지능 중심지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며 “다만 현지에 아직 반도체 공장 가동을 위한 인프라와 부지,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