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05-30 16: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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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플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삼성역 오토웨이타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네오플 노조>
[비즈니스포스트]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또다시 노사 갈등에 휘말리며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넥슨 실적의 핵심을 책임지는 계열사와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그룹 전체의 경영 안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조정우 네오플 노동조합 분회장은 전날인 29일 “3차에 걸친 조정위원회 조정이 합의 없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앞서 28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조합원 980명 중 917명(93.48%)이 찬성표를 던지며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마지막 조정회의에서도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쟁의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실제 쟁의행위 착수 여부는 이날 오후 발표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사측이 보상 체계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제주 본사를 중심으로 업무시간 중 집회, 야근 거부 등 단계적 쟁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배분과 임직원 처우 개선 문제다. 지난해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모바일이 대규모 흥행을 기록하면서 내부에서는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파 모바일은 지난해 5월 중국 출시 후 7개월 동안 약 10억6200만 달러(한화 약 1조5372억 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힘입어 넥슨은 지난해 국내 게임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매출 4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사측과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네오플 노조는 지난 4월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신규개발 성과급(GI)을 기존 대비 3분의 2만 지급받았고 수익배분금(PS) 지급 요구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던파 모바일은 이미 2년 전 한국에 출시된 게임으로 중국 매출에 대한 GI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예외적으로 3분의 2만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보수도 논란을 더했다. 지난해 네오플 경영진이 수령한 보수는 총 267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10배 이상 증가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구성원들에게는 정당한 몫이 돌아오지 않는 반면 경영진은 과도한 보상을 챙겼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불만이 더욱 커진 상태다.
▲ 넥슨 판교 사옥. <넥슨>
이번 갈등은 단발적인 충돌이 아닌 반복된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네오플 노조는 지난해 6월에도 넥슨 계열사 중 처음으로 쟁의권을 확보하고 쟁의행위를 예고했으나 당시에는 약 한 달간의 조정 끝에 잠정 합의로 갈등을 봉합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금 유사한 갈등이 반복되면서 일시적 봉합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조는 “네오플은 넥슨 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핵심 자회사임에도 성과에 걸맞은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본사와의 대우 차이, 불투명한 성과급 기준, 열악한 지역 노동환경 등도 불만 요소로 지속 제기되고 있다.
네오플은 2008년 넥슨에 인수된 뒤 던파 IP(지적재산권)를 중심으로 넥슨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던파 모바일’의 중국 흥행을 통해 넥슨 역사상 최대 매출 달성을 이끌었으며 올해도 ‘카잔’, ‘프로젝트 오버킬’ 등 던파 IP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이처럼 네오플은 넥슨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넥슨의 기존 IP 강화 전략과 맞물려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던파는 넥슨의 IP 강화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IP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성과에 걸맞은 보상과 복지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실제로 쟁의권을 행사해 파업에 돌입할 경우 기존 작품들의 업데이트 및 서비스 운영과 더불어 개발 중인 신작 프로젝트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