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2024년 9월26일 하나증권 대회의실에서 열린 '하나증권-이크레더블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증권> |
[비즈니스포스트] 1호 영업사원.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자신의 명함에 넣어놓은 문구다.
1호 영업사원은 하나증권이 강 사장을 표현할 때 즐겨 쓰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강 사장이 하나금융그룹 최고의 ‘영업전문가’로서 갖고 있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체성은 강 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다. 강 사장은 영업현장을 중시하고 고객들과 소통을 강조한다. 2025년 3월26일에는 ‘손님 소리 체험의 날’을 만들고 강 사장이 직접 콜센터 직원처럼 고객의 상담 전화를 받기도 했다.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영업지원그룹장, 중앙영업그룹장 등 현장 중심의 실무에서 전문성을 쌓으며 줄곧 ‘영업의 사람’으로 성장해왔다.
강 사장은 하나금융지주 회장 레이스의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2024년 12월 강 사장은
함영주 회장과,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함께 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선정한 내부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공식적으로 차기 회장 레이스에 발을 들였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2028년 3월까지로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강 사장이 하나증권을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회장 레이스의 관문, 초대형 IB 인가와 실적 반등
하나금융지주 회장 레이스의 향방을 가를 ‘체크리스트’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와 실적 개선이다.
금융위원회는 4월9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3분기에 (자기자본금) 4조 원·8조 원 종투사 지정 신청을 접수해 현행 요건에 따라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IB는 금융위원회가 자기자본금이 4조원 이상인 종합투자금융사에게 부여하는 자격이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통해 자기자본의 최대 두 배까지 자금을 조달·운용할 수 있게 되면 기업금융, 글로벌 인프라 투자 등 고수익 분야에서의 사업 확대가 가능해진다.
초대형 IB 인가가 하나증권이 기존의 수익 구조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핵심 변수인 셈이다. 강 사장이 회장직을 염두에 둔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적 성과로 평가된다.
하나증권은 초대형 IB 인가에 필요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이라는 조건은 이미 만족하고 있다.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2024년 연말 기준 5조9610억 원이다.
하나증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랩·신탁) 계좌에서 채권 돌려막기를 했다는 이유로 30억 원대의 과태료와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약점이다. 기관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되는데 중징계를 받게 되면 1년 동안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 징계가 초대형 IB 인가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초대형 IB 인가를 앞두고 당초 예상됐던 영업정지보다 두 단계나 징계가 완화된 것은 긍정적 신호라는 것이다.
◆ 2024년 흑자전환은 이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강성묵 사장의 취임 첫 해인 2023년은 쉽지 않은 한 해였다.
2023년 하나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영업손실 3667억 원, 순손실 2889억 원을 냈다.
강 사장은 이후 자산관리와 전통 기업금융 강화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했다. 부동산 중심 구조를 벗어나 보다 균형 잡힌 사업 구도로 전환하면서, 2024년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1419억 원, 순이익 2239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증권에게 갖고 있는 기대치를 감안할 때 여전히 ‘절반의 성공’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끊임없이 ‘비은행부문 강화’를 외치고 있는데,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부문의 핵심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2024년 순이익 규모는 하나은행의 1/15 수준이다.
하나금융지주의 핵심계열사 하나은행은 2024년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조5469억 원, 당기순이익 3조3686억 원을 냈다.
▲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하늘색 옷 왼쪽 두 번째)이 5월8일열린 '서울맹학교 봄나들이' 행사에서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증권> |
◆ 조직문화 혁신으로 확장되는 리더십 실험
금융업계에서는
강성묵 사장의 ‘영업사원’ 정신에서 출발하는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이 하나증권 실적 개선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사장은 하나증권 전반에 자신의 영업사원 정신을 이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년 초부터는 강 사장의 지시로 하나증권 임원들의 명함에도 ‘영업사원’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은 부동산금융 비중을 축소하고 자산관리 사업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려 하고 있는데, 자산관리 사업은 고객과 접점이 매우 중요한 사업 분야다. 강 사장의 영업사원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는 전장인 셈이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2024년 12월 영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WM혁신본부를 신설했으며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PWM영업본부도 재편했다. 연금영업 확대를 위해 ‘연금영업실’도 신설했다.
하나증권의 모든 조직에 ‘영업’이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
강성묵 사장은 하나증권이라는 단일 계열사의 수장으로 일하는 한편 하나금융그룹의 리더로서 자격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라며 “영업사원으로서의 자신을 강조하는 강 사장의 리더십이 하나증권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