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을 놓고 대가성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특검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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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26일 특검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주거지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홍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특검 사무실에 출두하며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삼성물산 합병찬성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특검은 최근 복지부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문 전 장관이 합병찬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본부장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가 적용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지난 11월23일 이뤄진 검찰 소환조사에서 참고인 신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특검이 관련 의혹에 대한 진술 등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찬성 이유가 무엇인지, 문 전 장관을 통해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놓고 추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본부장이 배임혐의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찬성한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이 있는지를 놓고 입을 열지 주목된다.
홍 전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장에서 물러난 뒤 고문을 맡은 투자회사에 삼성그룹이 4억 원을 투자한 사실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드러나 삼성물산 합병찬성의 대가인지 의심이 커지고 있다.
특검은 ‘박근혜 게이트’ 수사에 착수하면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을 판단하는 핵심고리로 삼성그룹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에 80억 원을 제공하는 등 최씨 회사인 코레스포츠에게 220억 원 규모로 지원하기로 한 약속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 결정과 관계가 깊다고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을 위한 가장 핵심이자 약한 고리로 삼성그룹과 유착을 꼽고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이 대가성 결정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문형표 전 장관과 김진수 비서관,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서 확인된다.
특검이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수사를 끝내면 삼성그룹을 향해 곧바로 칼끝을 겨눌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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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최근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전인 지난해 7월20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만나 정유라씨 지원을 사전에 조율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관련자 진술과 증거자료 확보를 통해 어느 정도 밑그림을 확인하면 ‘윗선’을 향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검 소환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의 소환에 관해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에 삼성전자의 정유라 지원을 놓고 어느 정도 의견을 조율했는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어느 정도 의사결정에 개입했는지,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과 삼성전자의 정유라씨 지원을 어느 정도 얘기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