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미국과 고율 수입관세 인하에 합의하며 희토류 공급도 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수출 통제 방침은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희토류 정제 설비.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이 상대 국가에 부과하던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데 합의했지만 핵심 안건인 희토류 수출 통제는 아직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희토류 공급 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언제든 중단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하면서 이를 협상카드로 남겨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13일 “미국과 중국 정부가 관세 정책을 일시중단하며 희토류 및 희귀광물 관련 협상이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협상은 본격적으로 무역 협상을 진행하기 앞서 서로 상대국에 적용하던 125~145%의 관세율을 10~30%까지 낮추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크게 완화된 만큼 앞으로 이뤄질 무역 논의도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국가가 합의를 봐야 하는 중요한 사안 가운데 중국의 희토류 및 희귀광물 공급이 포함된다.
중국 정부가 미국을 겨냥한 보복조치로 반도체와 자동차, 우주항공 및 군사무기 등에 쓰이는 다수의 핵심 산업 소재 수출을 통제 대상에 포함하고 일부 중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소재들은 전 세계 공급 물량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희토류 소재는 중국에 의존도가 90%를 웃돌 정도로 공급망이 크게 편중되어 있다.
현재 수출 통제 대상인 7종의 희토류 소재를 수출하려는 중국 기업은 정부 당국에서 사전 허가를 얻어야만 한다. 자연히 공급이 크게 위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중국은 미국과 관세율 인하에 합의하며 공급을 멈췄던 일부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관련 기업들이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체계는 유지된다.
다만 로이터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희토류와 희귀광물 수출 규제를 완전히 해제할 가능성은 낮다”며 “공급망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희토류 공급을 중요한 협상카드로 내세워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더욱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씽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포천에 “희토류와 희귀광물은 중국 경제의 ‘무기고’와 같다”며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을 손쉽게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실제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중국을 겨냥한 무역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 맞춰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되는 소재 종류를 늘리며 대응해 왔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중국의 공급망에 의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의 시장 지배력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포천은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희토류를 수입하기 원하는 모든 해외 기업의 사전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수출과 공급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의 편에 합류해 중국과 무역 거래를 축소하는 등 거리를 두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된다.
다만 애틀랜틱카운슬은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등 방식으로 무리하게 공급 제한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을 전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소재 공급망에 의존을 낮추려는 노력을 한층 더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결국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무역 협상에 임하면서도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를 인용해 중국이 현재 희토류 및 희귀광물 전 세계 생산량의 61%, 정제 물량의 92% 안팎을 책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부분의 광물은 전 세계 매장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채굴과 정제 설비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중국의 희토류 및 광물 공급망 독점이 심화될수록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본격적으로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자국 내 광물 채굴업 활성화,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등을 꾸준히 추진해 온 점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제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국가가 특정 광물 공급망을 독점하자 다른 국가들이 대응에 나섰던 사례는 과거에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었다”며 “인류는 언제나 방법을 찾아 왔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