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현지 제조사들의 출혈경쟁이 장기화되며 샤오미와 같이 스마트폰사업에서 점차 발을 빼는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이 장기적 경쟁에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반으로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다시 성장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 중국 스마트폰업체 구조조정 이어져
25일 외신을 종합하면 내년부터 다수의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경쟁에서 이탈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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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하드웨어 성능경쟁과 가격인하로 출혈경쟁이 이어지며 공급과잉현상도 벌어지고 있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는 제조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오포와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상위업체들이 모두 공격적인 판매목표를 내놓고 제품 라인업과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어 내년 초부터 재고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에 고용량 반도체와 고성능 카메라 등 고가부품 탑재를 늘리며 생산원가를 크게 높인 상황에서 재고가 쌓일 경우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안을 수밖에 없다.
내년 중국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화웨이는 올해보다 21%, 오포는 68%, 비보는 114%의 출하량 증가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그만큼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더욱 극심한 타격을 받는 것은 샤오미와 레노버, 러에코 등 점유율에서 약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이다. 이들은 경쟁력이 계속 하락하는 반면 하드웨어 출혈경쟁에 무리하게 대응하고 있어 점점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휴고 바라 샤오미 글로벌사업총괄은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판매로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가전제품 등 사물인터넷 기기의 시장확대에 더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스마트폰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업구조를 대폭 바꿔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레노버의 경우 2014년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했지만 현재 11위에 머물고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브랜드를 인수하며 브랜드 경쟁력에 승부수를 던졌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레노버는 브랜드 경쟁력에 의존한 결과 하드웨어 발전을 게을리했다”며 “급성장하는 오포와 비보 등 경쟁업체에 맞설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노버는 최근 스마트폰사업 인력을 10% 이상 감축하고 해외사업 규모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실적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추가적인 사업축소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러에코 역시 무리한 미국진출로 대규모 손실을 보며 인력을 감축하고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갔다. 스마트폰사업 경쟁력도 약화하고 있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모건스탠리는 “극심한 경쟁으로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전망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공급과잉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하며 비상사태에 돌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와 애플 다시 기회 맞아
삼성전자와 애플 등 장기적으로 안정된 사업기반을 확보한 글로벌 선두업체들이 이런 변화에 대응해 중국시장에서 다시 점유율을 회복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
현지 스마트폰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경쟁업체가 줄어드는데다 화웨이와 오포, 비보 등 상위기업도 수익성을 내지 못해 보수적인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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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오포와 비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
오포와 비보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하드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 급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런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내년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극심한 공급부족을 겪으며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에만 안정적으로 탑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로 독점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에 올레드패널을 모두 공급한다. 중국 스마트폰업체까지 공급을 확대할 생산여력이 부족하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하는 갤럭시S8을 모두 곡면화면의 ‘엣지’모델로만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도 아이폰8 고가 모델에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곡면화면 디자인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올레드패널을 독점할 경우 하드웨어 측면에서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올해 3~4분기 오포와 비보 등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공백을 노려 공격적으로 내놓은 신제품이 내년 초부터 판매부진으로 대량의 재고가 쌓일 공산이 크다. 업체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차기 모델 출시를 늦출 가능성도 충분하다.
애플은 지난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에서 점유율 1위를, 삼성전자는 2014년 초까지 1위를 기록하며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 제품경쟁력을 회복하면 현지업체에 빼앗긴 점유율을 충분히 되찾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며 “품질과 브랜드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