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선전기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올해 1분기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지만,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이 관세 영향에 따른 전방산업 둔화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기는 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MLCC가 사용되는 IT 기기 수요가 하반기에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LCC는 층층이 쌓은 세라믹과 전극으로 만들어져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포함돼 '산업의 쌀'로 불린다. 스마트폰, TV, 노트북 등 다양한 IT 기기에 탑재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전방 산업 수요 약화가 올해 하반기 MLCC 시장에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LCC 자체는 관세의 직접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관세 부과에 따라 IT 기기 수급이 악화되면 MLCC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기는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하반기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은 중국과 IT 비중이 높아, 전방 수요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2024년 삼성전기 전체 매출에서 MLCC 비중은 40% 이상이었으며, MLCC 가운데 IT 기기 비중은 60%에 달한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8%를 넘는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매출 2조7386억 원, 영업이익 20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분기와 비교해 각각 10%, 74% 늘어난 수치다. 2024년 1분기와 비교해서도 각각 5%, 9%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 호황은 중국의 내수 진작 정책으로 IT 기기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하반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제조사들이 출하를 앞당긴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진작 정책은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앞당겨진 주문은 하반기 수요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노트북 브랜드 기업들은 올해 북미 시장에서 제품 출하 시기를 2분기에서 1분기로 앞당겼다. 이에 올해 2분기 델과 HP의 교육용 노트북 주문량은 1분기보다 20%~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기> |
삼성전기 측은 중국의 내수 진작 정책인 ‘이구환신’ 효과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이구환신 정책 도입 5주차부터 11주차까지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하락세를 그렸다. 이구환신 이후 총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 감소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제조업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는 중국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며 전자제품 구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방 수요가 감소하면서 MLCC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중저용량 범용 제품과 자동차용 MLCC 제품 가격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공지능(AI) 서버에 사용되는 고사양 MLCC의 이익률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불안감을 키우면서 IT 산업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 MLCC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대응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