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NFL 슈퍼볼 우승팀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초청해 축하해 주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부진한 경제지표와 낮은 지지율에 정책 추진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6월 대통령 선거 이후 차기 정부에서 미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나서게 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과 '관세 정책의 역풍'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본격적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월20일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각국에 25% 일괄 수입관세와 반도체 관세를 비롯한 품목 관세 등을 임기 초기부터 밀어붙였다.
여기에 한국 쪽으로는 방위비 분담이나 대북정책 등을 앞세워 협상에서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여러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며 동맹국 신뢰를 잃어 추진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수 세기에 걸쳐 쌓았던 신뢰 자원이 무너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관세 인상 및 공급망 혼란으로 미국 경제도 타격을 입고 있다.
CNN에 따르면 4월 기준 미국 소비자 심리는 1952년 이래 네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경기침체 가능성마저 대두됐다.
중국을 상대로 한 경쟁마저 동맹국을 등지는 전략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2기 정부로서는 외교 및 무역 전략을 강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지지율도 취임 100일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하락했다.
CNBC는 “26일 발표한 4종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9~45% 선으로 7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까지 추진했던 정책이 미국에 일시적 타격만 입히고 장기적으로는 수혜를 가져오리라고 강조했으나 이러한 입장에서 다소 후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 트럼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9일 미국 뉴욕 매디슨가를 가득 메운 채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상황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와 벌이는 관세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 회복 및 물가 안정 등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일에 더욱 다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K-배터리 3사 등 한국 기업은 미국 현지에 각각 최소 한화로 수조 원씩 투자하고 다수의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고용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요하고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해 트럼프 정부로서는 관세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바이든 전임 정부에서 도입한 관련 산업 지원책도 섣불리 축소하기 어려워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많은 의제가 논란을 일으키며 강한 반대에 직면했다”라고 평가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는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있어 '명운'이 걸려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와 반도체가 꼽힌다. 이들 수출산업은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두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상당한 타격가 우려된다.
물론 조선업을 비롯해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도 없지 않다. 하지만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던 만큼 이번 협상 결과가 중요하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역점을 둬온 자동차 관세를 돌연 완화할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점도 임기 초반과 비교해 유연한 태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했던 관세에서 한 발 물러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6월3일 대선 뒤 차기 정부가 출범해야 확실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트럼프 정부와 협상 앞두고 ‘시간 벌기’에 기여하는 요소다.
요컨대 낮은 지지율과 경기 악화를 만회해야 하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당초 예상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고개를 든다.
한국과 미국은 당장 협상의 큰 틀만 마련하고 7월까지 관세와 비관세조치 및 투자협력 등을 종합해 결정하는 ‘패키지’를 만들어 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불만 가운데 일부는 해결 여지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