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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14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CEO 합숙세미나에서 계열사 경영진에게 SK그룹 SKMS(SK그룹 경영관리체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최태원 회장이 사장단인사에서 SK그룹 변화를 위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쪽을 선택했다.
최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젊은' CEO를 핵심 계열사에 전진배치하고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이를 지원하도록 하는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사업모델 변화를 재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 회장은 21일 SK그룹 사장단인사에서 주요 계열사의 경영자를 대거 교체하면서 최 회장과 함께 SK그룹에서 손발을 맞춰온 전문경영인들을 최일선에 배치했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 회장과 초등학교, 대학교 동기동창으로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다. 지주회사 SK와 SKC&C의 합병을 주도해 그룹의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제약과 반도체소재 등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기여했다.
조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신설되는 전략위원회의 위원장도 함께 맡기로 해 그룹경영에서 역할이 커졌다. 전략위원회는 관계사 사이의 협력을 강화해 그룹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태는 역할을 맡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2000년 신세기통신, 2012년 하이닉스 인수에서 각각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등 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에 힘을 보탰다.
조 의장과 박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주요 계열사를 맡은 이들은 1960년대에 태어나 최 회장과 비슷한 또래다.
이들과 함께 장동현 SK 사장, 유정준 SKE&S 사장 등이 앞으로 최 회장을 보필하며 SK그룹을 이끄는 경영인의 반열에 설 것으로 보인다. 모두 최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고 SK그룹을 키우는 과정에서 업무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사면복권된 뒤 연말 임원인사의 폭을 최소화하면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올해 들어 계열사의 경영진에게 변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는데 이번 사장단인사에서 구체화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사장단인사는 통합SK 출범에 따른 최 회장의 지배력 확보, 최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업무파악 등에 이어 새 SK그룹을 향해 가기 위해 최 회장이 화룡점점을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성격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 회장의 경영공백를 메우는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최 회장이 추구하는 새 SK그룹을 위한 보좌역할에 더욱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번 임원인사에서 측근 인사들을 전진배치하면서 친정체제를 강화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 인사들을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주요 자리에 앉힌 것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최 회장을 보좌하는 성격의 조직으로 바꾸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사장단인사에서 성과주의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을 독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그동안 반도체사업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한 성과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대식 의장과 박정호 사장도 SK와 SKC&C의 합병으로 통합SK 출범을 이끌어 최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인수합병과 신사업 발굴에서도 성과를 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지난 10월 CEO세미나에서 논의된 그룹의 혁신에 속도를 붙이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6월 말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경영진에게 “SK그룹은 현재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혁신방안을 내놓을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 데 이어 10월 CEO세미나에서도 다시 혁신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