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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허영인 미국에 SPC 제빵공장 짓는다, 노동문제와 ESG 한국처럼 접근하면 위험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5-04-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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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811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허영인</a> 미국에 SPC 제빵공장 짓는다, 노동문제와 ESG 한국처럼 접근하면 위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미국 진출'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에 1억6천만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제빵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무대는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이다.

SPC그룹은 이곳에 1억6천만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제빵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연면적 1만7천㎡(약 5200평) 규모로 건설되며 SPC는 이 공장을 2030년까지 2만8천㎡(약 8400평)로 확대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이 공장은 6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PC그룹은 이 공장이 이미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미국 사업에 생산·물류 효율을 더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2023년에 미국에서 4800만 개가 넘는 패스츄리(크로아상 등 여러 겹의 반죽이 겹쳐있는 과자), 200만 개가 넘는 케이크, 1400만 잔이 넘는 음료를 판매했다. 2023년 패스츄리의 판매량은 2022년의 2.3배에 이른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SPC그룹의 미국 제빵공장 건설을 걱정 섞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미국 제빵공장 건설이 단순한 사업 확장의 무대가 아니라, SPC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를 더욱 날카롭게 드러내는 시험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노동 문제 훨씬 날카롭게 보는 곳

미국을 시장으로 접근했을 때와 비교해 미국에 ‘생산 기지’를 세울 때는 훨씬 많은 것을 살펴야 한다. 미국은 ‘노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 국내보다 훨씬 엄격하고 민감한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법은 우리나라의 노동법과 비교해 비교적 폭넓게 사용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편이지만, 문제는 노동부 산하의 연방직업안전보건국(OSHA)이다. 연방직업안전보건국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사하고 벌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기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조직이다. 

문제는 OSHA의 벌금 부과 기준 중에 ‘고의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사용자가 현장의 위험성을 알고도 방치했거나 고의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산업재해 발생시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을 낼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손해배상의 규모를 판단할 때 실제로 발생한 손해에 더해 가해자의 고의성, 반사회성 등을 고려하는 제도다. 

대표적 사례로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베이비파우더 발암물질 소송이 있다. 

존슨앤존슨은 현재 자사의 ‘베이비파우더’ 제품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의혹을 받아 수천 건의 소송에 휘말려있다. 

존슨앤존슨은 LTL매니지먼트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관련 소송들을 전담하도록 했으며 미국 법원은 이 소송들에서 존슨앤존슨이 피해자들에게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최근 이 소송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최근 89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내겠다는 배상안을 제시하는 한편 LTL매니지먼트의 파산 신청을 냈다. 소비자들은 LTL매니지먼트의 파산 신청이 소송을 고의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SPC그룹은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이후 강도 높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만약 이와 같은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벌금 등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커다란 재무적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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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2019년 6월30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세번째) 등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SPC그룹 >
◆ 미국 시장의 성공 조건은 ‘빵’이 아니라 ‘신뢰’

제도적 제제 뿐 아니라 사업적 측면에서도 SPC그룹의 이번 미국 공장 설립은 그룹의 안전 체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었는지 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미와 유럽은 윤리적 소비가 일상화된 시장이다. 기업의 ESG 성적표나 윤리 경영이 소비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가 단순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해시태그로 끝나지 않고, 공공 조달 시장 진입 제한, 유통망 배제, 파트너사 이탈 등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SPC그룹은 2022년 사고 이후 노동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개선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사고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또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아직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시장은 SPC가 과거의 오명을 털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SPC그룹이 미국 소비자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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