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이 미국과 캐나다의 소비자 피해보상에 거액을 쓰면서 한국소비자의 피해보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미국소비자에 16조 원, 캐나다소비자에 2조 원 보상
19일 오토모티브뉴스 보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이 캐나다에서 배출가스량 조작장치가 부착된 디젤차량을 구입한 차량소유주들에게 모두 보상금 21억 캐나다달러(1조9천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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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 CEO. |
폴크스바겐은 캐나다에서 문제의 차량을 구입한 10만5천 명에게 1인당 5100캐나다달러에서 8천 캐나다달러(450만~710만 원)까지 현금보상을 하기로 했다.
보상금은 차종과 연식에 따라 달라지며 캐나다 소비자는 현금보상 외에 문제차량을 폴크스바겐에 되팔거나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다.
대상차량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제타와 골프, 파사트와 비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아 스텐스트롭 폴크스바겐 캐나다 CEO는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캐나다 고객에게 폴크스바겐 고객으로서 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연방 공정경쟁위원회는 보상금과 별개로 폴크스바겐에 1천5백만 캐나다달러(133억 원)의 벌금도부과했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도 10월에 소비자 47만5천 명에게 총 100억 달러(12조 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소비자는 1인당 5100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605만 원~1187만 원)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밖에 폴크스바겐은 미국의 환경피해에 대한 배상금 27억 달러(3조 원)를 미국환경보호청에 내고 배출가스 저감차량을 개발하는 데 20억 달러(2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 국내소비자 피해보상은 거절, 리콜조차 불투명
폴크스바겐은 한국소비자의 피해보상을 외면하고 있다.
환경부는 리콜이 진행되면 리콜률 85%를 달성할 수 있도록 1인당 10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폴크스바겐에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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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대표. |
환경부의 제시액은 미국소비자 피해보상금의 6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인데도 폴크스바겐은 보상금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한국과 같은 차종을 판매한 독일 등 유럽국가에도 소비자 피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보상금을 지급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고 거부했다.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량 조작문제가 불거진 지 1년이 넘도록 자발적으로 리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폴크스바겐이 유럽에서 전면리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과 대조적이다. 폴크스바겐은 유럽의 소비자단체가 폴크스바겐에 집단소송을 걸겠다고 나서자 유럽에 판매된 문제차량 850만 대를 내년까지 전면리콜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폴크스바겐에 물린 과징금도 미국에 비하면 훨씬 적다.
폴크스바겐이 한국에 판매한 문제차량수는 미국의 25% 정도지만 환경부가 부과한 과징금은 141억 원에 그친다. 이는 미국의 환경보호청이 부과한 금액의 0.47%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친환경차라고 거짓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폴크스바겐에 물린 과징금 373억 원까지 합쳐도 미국정부 과징금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폴크스바겐이 버티기로 나오면서 환경부가 폴크스바겐에 교체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량 조작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넘었는데 문제차량이 도로를 다니는 것은 정부가 불법 오염물질 배출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환경부가 폴크스바겐에 즉각적인 자동차 교체명령을 내려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은 국내에서 폴크스바겐 관련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환경부는 12월14일까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연료압력’ 문제에 대한 기술적 검토자료와 △리콜 개시 후 18개월 안에 리콜률 85%를 확보할 방안 등 2가지 내용을 담은 4번째 리콜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자료제출 기일을 28일까지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