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부의 공공임대를 포함한 주택공급 확대 방침에 부응하면서 최근 부채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이한준 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선 160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으로 출범할 차기 정부의 부동산 공약에 제시될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대선 부동산 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
15일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방침에 따르면서 증가한 부채 규모에 대한 면밀한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2019년부터 시작해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 160조 원을 넘어섰다.
2019년 126조7천억 원이던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2020년 129조7천억 원으로 증가한 뒤 2021년 138조9천억 원, 2022년 146조6천억 원, 2023년 152조8천억 원, 2024년 160조1천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218.3%에서 지난해 정부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조3천억 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6월 기준 209.0%로 소폭 개선됐다가 지난해 말 217.69%로 2023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런 토지주택공사의 부채 확대 원인으로는 공공임대주택 수 증가 및 정부의 대규모 공공주택 사업이 꼽힌다.
토지주택공사는 보유한 토지를 기업에 매각해 얻은 이익으로 공공임대주택사업을 비롯해 주택공급을 펼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토지주택공사가 부동산 불황에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택공급 관련 주요사업이 초기에 머물러 있어 당분간 부진한 실적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공공주택사업 등 투자자금이 장기간에 걸쳐 회수되는 비수익사업이 확대돼 과거보다 이익창출력이 약해졌다”며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한 택지 확보 등에 따른 선투자 부담으로 차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지금껏
이한준 사장은 토지주택공사의 본연의 임무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을 재무구조 개선보다 우선으로 하는 경영방침을 갖고 있었다.
이 사장은 지난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3기 신도시와 관련해 “토지주택공사가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에 문제를 겪더라도 공기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토지주택공사가 정부가 설정한 낮은 부채비율에 집중하다보면 3기 신도시 사업이 차순위로 밀리면서 토지 보상단계부터 지연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토지주택공사는 정부가 협의를 통해 부채비율 목표치를 2027년까지 208%에서 2028년까지 232.5%로 완화했다.
이 사장은 부채비율이 높아지더라도 토지 보상 및 매각 등을 계획대로 집행하게 된다면 토지주택공사의 재무 건전성에도 선순환이 발생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 사장은 지난해 9월 매입임대 현안 설명회에서 “토지주택공사는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게 부채를 끌어와 자산을 취득하기 때문에 5~6년 뒤 토지를 매각하면 회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최근 열린 지난해 결산실적과 관련한 토지주택공사 이사회에서는 좀 더 타이트한 재무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토지주택공사 이사회는 지난해 회계결산안에 대해 “정부 정책의 적극 이행으로 이자부담부채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재무적 영향 검토 및 부채관리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는 2025년 운영계획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공사 재무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장기계획 및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6월 조기 대선으로 이 사장은 차기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토지주택공사의 사업 및 재무구조 가능성을 고려해 재무 관리방향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7.69% 집계됐다. <연합뉴스> |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주요 부동산 정책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방향을 잡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의장을 맡은 정책개발기구인 민생연석회의에서는 공공임대 확대 정책을 주된 부동산 공약으로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민생연석회의 부동산 정책 자문진(외부위원)으로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임재만 세종대 교수, 김용창 서울대 교수,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한문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민생연석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변창흠 전 장관은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에서 충분한 물량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 개발을 제안했다.
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연간 15만 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표가 지난번 대선에서 제안했던 공공임대 정책인 기본주택이 부동산 공약에 담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좋은 위치의 주택에서 장기 거주하도록 하자는 정책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주로 부동산 규제완화를 부동산 정책 방향으로 내놓고 있는데 대체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기조인 만큼 공공임대를 비롯한 공급확대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민주당에서 토지주택공사 자체 조달뿐 아니라 정부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조기 대선 이후 토지주택공사로서는 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주택공사는 중장기재무계획으로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비 절감과 사업 조정 △경영효율화 등을 마련했다. 아울러 토지이용계획 효율화를 통한 수익 기반 확대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도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이 사장은 올해 11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차기 정부와 발맞춰 공공임대를 비롯한 공급확대 정책에 힘주면서도 장기 부채관리 계획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