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4-14 14: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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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일단락되면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혀가는 동시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고율 수입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대외 경제 불안 요인이 커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동시에, 대내외 복합 악재로 위축된 소비 시장을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업의 역할과 책임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거시적 흐름에 대응하는 한편, 국내 경제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인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한국 경제 제로성장 잇단 경고, 트럼프 관세 '폭풍'에 마이너스 성장 우려도 ② 침체된 경제 동력 살릴 추경, 여야 이견에 골든타임 놓칠 판
③ 임기 1년 남은 한은 이창용, 내수부양 위한 새 과제는 새 정부와 호흡
④ 차기 정부로 옮겨진 부동산 정책 방향, '주택공급' '세제개편' '부동산PF 리스크' 향방 주목
⑤ 산업은행 강석훈의 '골든타임', 100조 첨단전략사업 지원 프로그램 역할 무겁다
⑥ 4대 금융 '내수안정’ '수출지원' 중책 맡아, 시장 안정에 총력
⑦ 삼성전자 침체된 내수 시장에 불안, 구독 모델로 돌파구 찾는다
⑧ LG전자 어려울수록 안방부터, 조주완 프리미엄 전략으로 '질적 성장' 이어간다
⑨ 롯데쇼핑 내수 회복 '엔진' 다시 켠다, 신동빈 지휘봉 잡고 대수술 지휘
⑩ 이마트 내수 침체에 '물가안정' 승부, 정용진 가격경쟁력 강화 총력
[비즈니스포스트] 오는 6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의 규모와 대상 등을 두고 서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하루 빨리 추경 규모와 집행 시점을 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정치권 움직임과 경제 동향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경 편성과 집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13일 발표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2년을 100으로 봤을 때 103.8을 기록해 1년 전보다 3.8%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매출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552만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만5천 명이나 줄었다. 이는 2024년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인데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시기(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긴 하락세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봐도 내수 부진 장기화 속에 옷, 신발, 음식료품 등 '작은 소비'들의 동향을 나타내는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도 1월보다 1.7%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간 부분의 경제 활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추경이 하루 빨리 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추경을 포함한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집행이 경기를 부양해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계간 학술지 '경제분석' 게시판에 지난달 31일 게재된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김세훈 박사과정생의 ‘정부 지출의 GDP 효과 분석’을 보면 정부가 예산을 1원 더 쓰면 국내총생산(GDP)이 1.45원씩 늘어난다.
연구팀은 “정부 지출 1원 증가는 당기 GDP를 1.45원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정부 지출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인 경기 변동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정부의 적극적 재정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각) 앞으로 10년 동안 국방·인프라 지출을 최대 1조 유로(약 1620조원)까지 늘리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의 헌법 개정안에는 인프라 투자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5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기금을 조성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에서도 집권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지난 9일부터 전 국민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1인당 3만~5만 엔(약 30만~5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경제상황과 달리 우리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며칠 안에 내놓을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펼치면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통상환경 변화 대응(3∼4조원), 서민·소상공인 지원(3∼4조원), 산불 피해 지원, AI경쟁력 강화 등의 항목에 10조 원 규모로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을 바라보는 민주당과 정부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미 지난 2월 민생회복과 경제성장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제안한 바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신줏단지 마냥 10조 원 추경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기 진작과 통상위기에 대응할 과감한 재정지출 계획을 요구한다”고 말해 추경 ‘증액심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정부의 필수 추경 규모가 부족하다는 데에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주장처럼 추경 규모를 대폭 늘리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일단 국회는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오는 23일과 24일에 정책 질의를 진행하고 26~2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를 거친 뒤 4월 마지막 주에 전체회의를 열어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이 강하게 증액을 밀어붙여 추경 안이 정부안보다 증액되더라도 정부가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며 “각 당이 5월부터는 본격적인 대선운동을 펼치는 만큼 만일 4월 말까지 정부와 여야 모두가 추경 규모와 항목, 시기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언제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만일 국회에서 추경에 관한 합의가 늦어진다면 추경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양준석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YTN뉴스에서 "정부가 내놓는 10조 원이라도 지금 빨리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최소한 한 번의 추경은 더 있을 것 같다"며 "지금 특정 항목을 안 넣었다고 고집 부릴 필요가 없고 최적기는 놓친 것 같지만 그래도 빨리 지급하는 게 그래도 좀 더 추경의 효과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을 위한 필수 추경안도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며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민생과 국가 경제만 생각하며 추경안이 전향적으로 논의되고 신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