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대위가 ‘MBK 김병주, 홈플러스 김광일 조주연 이성진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의환 비대위 상황실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검찰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기 채권 발행 공모 혐의를 철저하게 수사하고, 김 회장은 즉각 사재 출연을 단행하라.”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홈플러스 정상화와 피해자 원금 회수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 모여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이성진 재무관리본부장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가 유동화전단채(ABSTB)를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사채를 발행한 것과 관련해 강하게 비난했다.
MBK가 차입매수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재무 구조나 재정 건전성을 전부 다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개인 투자자에게까지 사채를 발행해 이자 비용 감당에 투입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집단 고소에 참여한 개인과 법인은 총 127명으로 추산되며 피해금액 규모는 약 900억 원에 달한다.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과 함께 2차, 3차 추가 고소장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의환 비대위 상황실장은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결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의환 실장은 “김병주 회장은 당초 비대위가 기대했던 2조 원에 한참 못 미치는 600억 원 규모의 사재 출연을 발표했다”며 “이 정도 금액으로는 국내 2위 대형 유통업체의 회생은커녕 미지급 정산금 일부를 갚는 데 그칠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들의 소중한 돈을 김 회장이 마치 빨대를 꽂아 모두 빨아먹고 외국으로 빼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MBK 회장을 비롯해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에 대한 법적 대응도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김 회장과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이성진 홈플러스 전무 등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 중”이라며 “이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죄는 물론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당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범인을 잡아 포승줄로 묶어라’ 퍼포먼스를 통해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후 마이크를 건네받은 한 피해자 대표는 “은퇴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평생 두 딸을 위해 차곡차곡 모은 2억 원을 홈플러스 전단채에 투자했다가 이런 일을 겪게 됐다”며 “대한민국 금융 산업과 금융 기관을 믿고 살아온 사람에게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가던 그는 “다시 2억 원을 모으려면 몇 년이 걸릴지, 가능하기나 할지 막막하고 두렵다”며 “제게는 인생이 걸린 소중한 돈이기에 제발 희망을 잃지 않게 돌려달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국회가 김병주 회장에게 2조 원 규모의 사재 출연을 요구했지만 김 회장 측이 내놓은 건 고작 600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뿐이다. 사재 출연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적자가 지속되며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MBK는 2015년 7조2천억 원 중 5조 원을 차입하는 방식(LBO)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점포 매각을 통해 약 4조 원의 채무를 상환했지만 여전히 4천억 원가량의 부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홈플러스는 최근 제출한 결산자료에서 2024/2025 회계연도 3분기 누적 매출 5조3천억 원, 영업손실 1571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6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MBK는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2018년부터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20여 개 점포를 매각하거나 폐점해 왔다. 올해 부천 상동점, 안산 선부점에 이어 2026년 상반기에는 동청주점 폐점도 예정돼 있다. 이 외에도 광주계림점, 내당점, 동대문점 등 전국 11개 점포의 추가 폐점이 확정된 상태다.
그러나 잇따른 자산매각에도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홈플러스는 결국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 규모를 계속 키우며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이미 1월부터 회생절차 개시를 준비하며 2월 말 신용등급 하락도 예견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 같은 사실을 감춘 채 증권사들을 통해 해당 사채를 ‘안정적 투자 상품’처럼 포장하도록 유도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