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변화의 속도를 높이기를 주문하고 있어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 등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4세 경영자들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GS그룹 오너4세를 향한 평가는 변화에 앞서 후퇴하는 실적을 회복해 안정성을 높이는 일과 허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활용 성과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그룹 지주사 GS의 실적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후퇴했다.
특히 GS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5조1202억 원에서 지난해 3조602억 원까지 줄었다. 영업이익이 2년 동안 40%나 빠지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S 연결 실적에 핵심인 GS칼텍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22년 3조9795억 원에서 지난해 5480억 원까지 쪼그라든 것이 크게 반영된 것이다.
▲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1월3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GS 신년 임원 모임에서 2025년 새해 경영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 GS >
또 다른 주축인 GS리테일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900억 원에서 2391억 원으로 뒷걸음질쳤다. 그룹 건설계열사 GS건설 역시 2년 동안 영업이익이 5548억 원에서 2860억 원으로 절반가량 축소됐다.
GS그룹 창립 20주년을 맞아 허태수 회장이 그룹 전반에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는 일은 최근 주력 계열사가 모두 만족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 회장은 지난 3월30일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석유 수출기업을 키우고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건설 부문에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을 펼쳤다”고 자평하며 “변화와 도전이라는 자랑스러운 창업정신을 일깨워 더 큰 성장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2019년 12월3일 GS그룹 새 회장으로 추대된 뒤 5년 넘게 지속해서 변화를 강조해왔다. 다만 창립 20주년 및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흐름, 그룹 경영 지형 변화 등과 맞물려 올해 허 회장이 가진 의지의 무게는 다른 때와는 남다르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GS그룹의 세 사업 축 모두에 오너 4세 경영 체제가 자리 잡기 시작한 해다. 2019년 GS칼텍스 허세홍 사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GS건설 허윤홍 사장에 이어 올해 GS리테일에 허서홍 부사장이 대표에 선임됐다.
세 오너4세 경영자들이 허태수 회장 이후 GS그룹 후계자로도 꼽히는 만큼 주요 계열사의 경영을 놓고 진행되는 이들의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계열사가 실적 부침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실적을 회복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오너4세 경영자들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1969년생인 허세홍 사장은 이미 그룹 최대 계열사 GS칼텍스 수장에 오른 지 7년 차인 만큼 경영역량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2022년 이후 2년 만에 영업이익이 8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으며 매출 비중 80%에 이르는 정유사업 높은 의존도는 여전한 상황이다.
유가와 정제마진 등 영업환경에 따라 그룹의 최고 현금창출원(캐시카우)에서 자칫 영업손실까지 낼 수 있는 불확실성과 마주한 셈이다.
2021년 3분기 준공한 석유화학 올레핀 설비인 MFC(Mixed Feed Cracker)를 향한 2조7천억 원의 투자 이후 바이오항공유, 바이오선박유 등 허세홍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바이오연료 사업의 안착이 앞으로 실적을 회복하고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데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79년생인 허윤홍 사장은 2023년 검단사고 여파 및 원가 재점검 과정에서 보게 된 4천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GS건설은 건설업황이 바닥을 치면서 애초 그리 높지 않았던 영업이익률이 2%대까지 축소됐고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상태다. GS이니마 매각 등 신사업 확장을 잠시 멈추고 내실경영을 내건 허윤홍 사장에게는 올해부터 본격화할 실적 개선 성과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77년생 허서홍 대표는 지난해 지주사에서 GS리테일로 이동해 경영총괄 조직 경영전략SU장을 맡은 뒤 1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허서홍 대표가 GS리테일에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예상되는 유통 분야에서 수익성 중심의 실적 개선과 함께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갈지 주목받고 있다.
GS그룹 오너4세들의 향후 경영 성과는 AI 활용 측면에서도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S그룹은 보수적 경영기조를 밑바탕에 두고 허 회장 체제에서도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는 재계 안팎의 평가가 많다. 하지만 허 회장이 최근 변화의 최전선에 AI를 두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허 회장은 취임 이후 GS그룹의 해커톤, AI·디지털 협의체를 정례화하는 등 AI를 기반으로 한 업무 효율성 향상, 고객경험 개선, 사업모델 발굴 등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GS홈쇼핑의 디지털화에서 뚜렷한 성과를 기반으로 GS그룹 회장까지 오른 허 회장은 최근 출범한 한국경제인협회 ‘AI 혁신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에 오르기도 했다.
허세홍 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를 내걸고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사업가치로 연결하는 지속가능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실시간으로 방대한 데이터가 발생하는 정유·화학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산업의 숙원인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7월 산업부가 출범한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석유화학 산업 분과 앵커기업으로 선정됐고 공정 최적화 및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산업부의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에 선정돼 2028년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허윤홍 사장은 이달 초 열린 GS건설 임원 워크숍의 주제를 AI로 삼고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선언적 구호가 아닌 현업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GS건설은 건설현장의 숙련 노동자 감소 대비 및 안전을 위한 로봇기술,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비용 절감, 공공사업 입찰 때 정부에서 요구하는 디지털 기술의 충족 등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허서홍 대표 체제에서 올해 GS리테일 생존을 위해 고객 분석·상품 개발·물류 시스템 최적화·사업모델 고도화 등 경영전반에 AI가 필수라고 보고 미래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GS리테일은 지난달 디지털 전환에서 한발 더 나아간 AI 전환(AX)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GS리테일의 AX는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채널에 혼재한 소비자 의견(VOC)을 수렴하고 편의점 경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허 회장은 지난 2월 GS그룹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AI·디지털 협의체에서 “우리는 AI 반도체 등의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며 “그러나 보유한 데이터를 자산으로 삼아 제대로 관리하고 AI를 활용해 비즈니스 전환을 이뤄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기술을 넘어선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