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이사(사진)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활발히 활용하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인싸’로 통한다. 신 대표 체제에서 KFC코리아는 매력적 매물로 만들어졌다. |
[비즈니스포스트]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이사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알아주는 ‘인싸(한 무리에서 인기가 많은 사람)’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시시때때로 글을 올리는데 KFC의 새 메뉴 출시와 새롭게 문을 여는 매장 소식을 가장 먼저 알고 싶다면 그의 SNS만 보면 될 정도다.
물론 SNS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아니다. KFC코리아가 비싼 값에 매물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솜씨가 아녔으면 불가능하다는 평가이다.
10일 프랜차이즈업계 얘기를 종합하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소식 가운데 하나는 KFC 매각이다. 사모펀드 오케스트라PE에 인수된 지 2년 만에 매각 기업에 이름이 올랐다.
보통 사모펀드가 한 기업을 인수했을 때 최소 3년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케스트라PE는 이러한 업계 관행을 깨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오케스트라PE가 KFC코리아 매각으로 받고자 하는 가격은 더욱 화제다. KFC코리아 매각 희망 가격은 3천억~4천억 원으로 알려지는데 이는 2년 전 인수 가격인 1천억 원과 비교해 3~4배가량 비싼 금액이다.
가격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KFC코리아의 상황이 2년 전과 매우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KFC코리아가 KG그룹 소속일 때만 하더라도 KFC코리아는 애물단지 신세였다.
KG그룹은 KFC코리아를 2017년 초부터 2023년 초까지 들고 있었는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본 누적 영업손실은 34억 원이 넘는다. 이 기간 낸 매출이 1조1889억 원인데 덩치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황이 반전했다. KFC코리아는 2024년 매출 2923억 원, 영업이익 164억 원을 내면서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영업이익 100억 원대에 복귀했다.
KFC코리아가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신호상 대표의 역할이 적지 않다.
신 대표는 2023년 5월 KFC코리아 수장에 발탁됐다. 오케스트라PE는 그해 1월 KFC코리아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이 기업을 이끌 인물을 다방면에서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오케스트라PE가 두 달 넘는 검토 끝에 낙점한 인물이 바로 신 대표다.
신 대표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회계학과를 수석졸업(숨마쿰라우데)했다. 같은 학교에서 회계학으로 석·박사까지 모두 마친 인물로 전공만 보면 회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바로 마케팅이다.
AT커니에서 시니어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2017년 버거킹코리아를 운영하는 BKR의 마케팅 상무로 이동해 버거킹의 부흥을 이끌었다. 그는 당시 몬스터와퍼 제품 개발과 모바일 앱 혁신 등에 역량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2021년에는 이마트24로 이동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했다. 그는 게임회사와 협업한 팝업 매장 운영, 대체불가토큰(NFT) 발행, 게임 요소를 활용한 모바일앱 출시 등으로 이마트24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
오케스트라PE가 상무급 임원이었던 신호상 대표를 KFC코리아 수장으로 발탁한 이유는 화젯거리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돈 이유다.
신 대표는 실제로 KFC코리아의 지휘봉을 잡은 뒤 SNS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보통 프랜차이즈 기업의 대표가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신 대표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적어도 한달에 3~4번씩은 소식을 전한다. 새 매장 개장 소식은 물론 공들여 개발한 신제품 홍보, KFC코리아의 내부 행사뿐 아니라 SNS에서 회자되는 KFC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퍼다 나른다.
▲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이사가 2025년 1월6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최현석 셰프와 협업한 제품과 관련해 올린 게시글. <신호상 인스타그램> |
신 대표가 보유한 팔로워 수만 3만1천 명이 넘는데 이는 사실상 프랜차이즈업계의 인플루언서라고 봐도 무방한 숫자다.
신 대표가 단순히 이런 ‘인싸’ 능력으로만 KFC코리아를 이끈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마케팅뿐 아니라 KFC코리아의 외형 확장에서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신 대표 체제에서 KFC코리아는 40년 만에 가맹사업에 진출했다. 1년 동안 개망점을 15개 모집했는데 이를 통해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KFC코리아가 2024년 거둔 매출은 3년 전과 비교해 40%가량 성장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멕시칸 프랜차이즈인 타코벨의 운영권도 따냈다. 오케스트라PE가 KFC코리아를 인수할 때 KFC 브랜드를 보유한 얌브랜즈를 출자자로 들였던 것이 이런 결과물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얌브랜즈는 타코벨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신 대표는 KFC코리아의 타코벨 운영과 관련해 SNS에 “우리가 하면 모든 것을 잘 합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 대표는 사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일화 덕분에 대중에 이름을 알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 회장이 2024년 1월 인스타그램에 KFC 치킨박스 사진을 올리면서 “형 후배가 여기 사장인데 이 친구 온 뒤로 많이 바뀌었어”라며 “너희들도 한번 먹어봐”라는 글을 올린 덕분에 ‘신호상=
정용진 후배’라는 식으로 주목받았다.
신 대표는 당시 댓글을 직접 달고 “형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충성!”이라며 “더 맛있고 더 멋진 KFC 꼭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얼마 뒤에는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버거와 노브랜드피자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