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석탄 산업 부양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백악관에 초청받은 석탄 광부들 앞에서 석탄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석탄 산업 부흥을 추진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미 석탄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석탄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의 시행에 나선 것을 두고 지지층 결집을 목적으로 한다는 풀이가 나왔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8일(현지시각) 석탄 산업 관련 행정명령 4건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발표된 행정명령 4건은 석탄산업을 향한 차별적 정책 종료, 석탄발전소 폐쇄 조치 철회, 안전하고 효과적 에너지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전력망 확보, 석탄산업 차별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 등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버려졌던 산업을 되살리고 있다”며 “광부들이 필요한 일자리를 다시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같은 날 내놓은 연례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국내 석탄 생산량은 5억7800만 톤에 이른다. 이는 생산량이 정점에 달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규모이다. 2024년에는 생산량이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석탄 채굴업에 종사하는 광부 숫자도 꾸준히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년 전만 해도 미국에는 광부가 약 7만 명 있었는데 이제는 4만 명까지 줄었다”며 “오늘은 버려진 산업이 되살아나는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석탄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인데 외신들은 석탄이 이미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경제성이 없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대표적으로 로이터는 “트럼프 정부가 과거에 갇혀 있다”며 “트럼프는 첫 임기 당시 석탄발전소 보조금 지급을 지시해 석탄 산업을 부양하려 한 적은 있으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관 분석을 봐도 재생에너지는 이미 석탄보다 더 저렴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태양광 발전의 글로벌 평균 발전단가는 1킬로와트시당 4.4센트로 5.5센트인 석탄발전보다 낮다.
트럼프 정부도 이와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취임한 이후 에너지정보청은 2025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 국내에 설치되는 신규 발전량의 약 93%는 재생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 와이오밍주 글렉록에 위치한 석탄발전소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석탄 산업 부양을 강행하는 것은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행동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날 행정명령 발표 직후 미국 화석연료 산업계는 트럼프 정부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전국광업협회는 공식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미국산 석탄의 엄청난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미국이 가진 풍부한 에너지원에서 오는 경제적 기회를 잡을 방법을 명확히 드러낸다”며 “이전 정부의 징벌적 규제, 적대적 에너지 정책, 불법적 토지 몰수와는 차원이 다른 훌륭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국 보수언론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통해 지지자들에 약속한 산업 정책들을 이행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석탄 채굴에 종사하는 광부 30명을 초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행사도 진행됐다.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은 폭스 뉴스를 통해 "민주당 정부들은 의도적으로 석탄을 없애고 규제하려 했으나 우리의 리더십 아래에서 경제 성장과 환경 관리는 상호배타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석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에너지를 지원하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킷 케네디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전무이사는 공식성명을 통해 "석탄발전소는 낡았고 더럽고 경쟁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도 없는 에너지원"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과거에 갇혀 이미 한물간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공익사업에 미국 국민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