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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엔씨소프트가 돌아가겠다는 기본은 어디인가, EA 인수 추진하던 김택진이 보고싶다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5-04-0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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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엔씨소프트가 돌아가겠다는 기본은 어디인가, EA 인수 추진하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8660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택진</a>이 보고싶다
▲ 엔씨소프트가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주의 ‘기본’은 어디일까.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게임성, 기술력 등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 충실하겠다. 기술적 혁신과 이용자 소통을 기반으로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직원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겠다.”

올해 3월26일 열린 엔씨소프트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이 한 말이다. 

엔씨소프트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하며 승승장구했던 기업이었다. 대형 게임회사를 묶어 일컫는 ‘3N’의 맏형이 엔씨소프트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런 엔씨소프트가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엔씨소프트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주가 생각하는 ‘기본’은 어디일까?

모바일 리니지 3형제(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가 국내 앱장터 매출 순위 1~3위를 나란히 석권하던 그 때가 엔씨소프트의 ‘기본’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이전, 김택진 대표가 직접 키보드를 두드리며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시절일까?

◆ 리니지 3형제의 전성기, 영광인가 몰락의 시작인가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로 이어지는 모바일 리니지 3형제는 엔씨소프트에 압도적 매출을 안겨줬다. 

글로벌 게임회사들이 수백억 원을 들여서 만든 ‘AAA’급 게임보다도 많은 돈을,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벌어다 준 리니지 3형제가 엔씨소프트에게 ‘효자 게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공은 엔씨소프트가 내리막길을 시작한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과도한 과금 유도, 사행성 논란, 사용자 사이 무한 경쟁과 적대감 조장 등, 리니지를 상징하는 게임모델이 ‘리니지라이크’라는 이름으로 국내 게임업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도 이 때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니지라이크의 범람 이후 한국 게임산업은 완전히 활력을 잃어버렸다”라며 “리니지라이크는 어느새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조롱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택진의 성공경험, 엔씨소프트에 독이 되었던 순간

무엇보다 엔씨소프트에게 뼈아픈 점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3형제의 성공 이후 높은 수익성과 유저 충성도에 안주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실기해버렸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확장보다는 내수 시장의 단기 수익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연구개발은 게임성보다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과금 모델 쪽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리니지 3형제의 성공이 오히려 김택진 대표와 엔씨소프트에게 ‘독’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저 사이 극한 경쟁을 통한 과금 유도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은채 게임의 형태만 바꿔 젊은층에게 어필하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개고기 탕후루’라는 굴욕적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김택진 대표가 처음 구상했던 ‘리니지’는 현재의 리니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김택진이 세운 첫 번째 ‘기본’, 초창기 리니지의 개발자 정신

1998년 김택진 대표는 PC(개인용컴퓨터)용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온라인게임(MMORPG) ‘리니지’를 세상에 내놨다.

김택진 대표에게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과금 유도’라는 개념 조차 없었던 시절,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 안에 즐거운 세상을 담아내기 위해 애썼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멋진 게임이 나올 수 없다. 게임은 생활 안의 즐거움으로 남아야지 생활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김택진 대표가 PC리니지의 전성기였던 2002년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이 시기의 엔씨소프트는 한국 게임산업 전반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MMORPG라는 장르 자체를 국내에 정착시켰고, 게임 개발이 국가 차원에서 육성할만한 유망한 콘텐츠 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김택진 대표는 당시 수많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 ‘폭력 게임’ 때문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부수는 데도 앞장섰다.

김택진 대표는 2002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리니지에게 ‘18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했을 때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리니지를 포르노와 같은 취급했다는 것에 심한 모욕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 EA 인수를 꿈꿨던 사업가 김택진, 그가 꿈꿨던 ‘글로벌 엔씨’는 어디있나

‘개발자’로서의 김택진 대표가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김택진 대표 역시 지금의 모습과 다른 방향을 지향했었다. 

2012년, 그는 글로벌 ‘게임 공룡’ EA 인수를 추진했다. 넥슨과 손잡고 글로벌 IP를 확보하려는 시도였다.

EA는 피파 시리즈, 배틀필드 시리즈, 심즈 시리즈 등 수많은 글로벌 히트작들을 보유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이들을 통해 엔씨소프트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비록 인수는 무산됐지만, 내수 기업에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재의 엔씨소프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김택진 대표는 끊임없이 ‘글로벌 진출’을 이야기해왔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최우선 목표는 글로벌 게임회사로의 확고한 도약이다.” “‘글로벌 종합게임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 각각 2022년, 2020년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김택진 대표가 한 이야기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연결 기준으로 해외에서 약 5437억 원의 매출을 냈다.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4.4%다. 경쟁사 넷마블과 크래프톤의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각각 79.3%, 92.8%에 이른다.
 
[씨저널] 엔씨소프트가 돌아가겠다는 기본은 어디인가, EA 인수 추진하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8660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택진</a>이 보고싶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023년 11월16일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23'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쟁사들이 보여주는 ‘김택진 꿈’의 현재형

김택진 대표는 EA 인수가 불발로 돌아가고 얼마되지 않은 2012년 11월, 지스타2012에서 “이제 (엔씨소프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엔씨소프트가 아닌 국내의 다른 게임사들이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오위즈는 ‘P의 거짓’으로, 시프트업은 ‘스텔라 블레이드’로 각각 2023년과 2024년에 세계 콘솔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두 작품은 게임성과 작품성, 흥행의 모든 측면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마블은 디즈니, 마블, DC 등 글로벌 IP를 확보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엔씨소프트, 되돌아봐야 할 ‘기본’은 어디인가

“엔씨소프트가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처음 출발했던 벤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2025년 신년사에서 김택진 대표가 박병무 공동대표와 함께한 신년사에서 했던 말이다.

김택진 대표 역시 엔씨소프트의 기본은 ‘리니지 3형제’가 아니라 처음으로 MMORPG에 도전하던 그 때, 글로벌 진출이라는 푸른 꿈을 안고 있던 그 때라고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잃어버린 것은 매출, 영업이익이 아니라 게임회사로서 비전과 신뢰”라며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게임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게이머들에게 신뢰를 되찾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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