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에서 6월3일 ‘장미 대선’을 잠정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탄핵 정국 이후 이어지는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수면 위로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이후 ‘비상계엄 충격’에 몸을 사리며 시장의 반등을 기대했던 건설업계 역시 숨통을 트일 때까지 명확한 방향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 '장미 대선'에도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 봄날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모습. <연합뉴스> |
7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제를 짓누르던 여러 불확실성들이 결론을 맺으면서 침체기를 지나는 가운데 돌파구가 생길지 주목된다.
먼저 미국발 상호관세 수준이 25%로 결정된 점은 미국 시장과 접점이 많지 않은 건설업과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자금조달이나 개발원가가 상승한다는 차원에서 시차를 두고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보다 시장에서 더 주목하고 있는 점은 4개월 남짓 이어지던 탄핵 정국이 끝난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대규모 주택공급을 내걸고 대출 조이기로 대표되는 금융규제까지 이어가며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한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런 부동산 정책의 실행동력은 사실상 멈춰선 모양새다. 가장 최근인 2월19일 발표된 미분양 대책 역시 실효성이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 민생 경제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정책이 사실상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은 주요 내수업종으로 주요 건설사 해외수주 가운데 미국 비중이 크지 않은 등 상호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관세 협상보다는 향후 진행될 대선 및 정당별 부동산 정책이 업황 회복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가계의 부동산 신용 규모는 1932조5천억 원이 이르렀다. 개인과 기업이 지닌 빚 가운데 49.7%에 달하는 규모로 10년 동안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계 부동산 자산 비중은 한국이 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52.9%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부동산에 집중된 신용을 완화해 시장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생산 부문으로 자금을 유도하는 균형 잡히고 세밀한 정책이 ‘부동산 왕국’인 한국 경제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책 동력이 상실한 탓에 경제 전반과 연계한 정책은커녕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지정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제도 하나에도 널뛰는 시장에 혼선만 빚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사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반등을 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준공 후 미분양은 2월 말 기준 2만3722가구로 집계됐다.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2013년 10월(2만4667가구) 이후 11년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탄핵이라는 불확실성 제거 속에서도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잡히고 정책의 실제 효과가 생기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장 부동산 정책의 윤곽이 대선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기까지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이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여야 잠룡들이 앞다퉈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책 대결에 집중하기 어려운 정치적 판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더욱 커진 개헌론에 다시 불을 지폈고 국민의힘에서는 찬성 취지의 계획을 내놨다.
정권교체를 최우선 과제로 내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반대 기류를 보이며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조국혁신당과 비명계는 ‘탄핵 심판론’을 강조하며 완전한 정권교체를 달성하기 위한 진보 진영의 ‘통합 경선(완전국민경선)’을 제안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야권 내부에서도 대통령 탄핵 이후 지속하는 대선 관련 정치적 교통정리에 시선이 몰릴 가능성이 큰데 자연스럽게 부동산 정책이 주요 이슈로 올라서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이후 열리는 조기 대선인 만큼 선거 공약이 당선 뒤 인수위원회 등에서 정책으로 다듬어질 여지가 많지 않은 것은 대선 직후에도 정책에 확실한 동력이 생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택 수요·공급과 금리 등을 기본으로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동산 정책의 완성도에 관해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는 정국인 셈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의 정책을 승계하느냐 여부로 불확실성이 올라간다는 점, 정권이 유지되면 지금의 정부와 거대 야당의 반복되는 ‘제로섬’ 게임 우려가 나오는 점 등도 부동산 정책의 연속성과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 정부가 2월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및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
부동산 정책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이면서 주택 시장 반등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건설업계의 한숨 역시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신규수주는 뒤로 미루고 기존에 수주한 주택 물량의 공급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비상계엄에 따른 표면적 혼란은 잦아들었지만 정치적 후폭풍이 여전해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하리란 해석이 우세하다.
이미 올해 들어 바닥을 친 분양 관련 일정을 장미 대선 이후에도 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3월 분양 예정 물량이었던 2만4880세대 가운데 실제 분양을 진행한 곳은 9699세대, 39%에 머물렀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에서는 2월3일~6일 청약을 접수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의 일반분양 482세대를 제외하고는 공급 물량이 아예 없는 등 공급 절벽이 지속하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미 자체적으로 상반기 분양은 일정을 잡기 어려워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며 “대선 국면에서 시장과 관련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식으로라도 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재료가 나와야 하반기 분양 일정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