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호텔사업에서 잰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시내 특급호텔 경쟁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부영주택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뒤편에 지상 27층 규모의 부영호텔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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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서울시가 14일 개최한 제18차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에서 ‘북창지구단위계획 변경결정 및 소공동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변경결정(안)’을 수정가결한 데 따라 호텔건립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은 것이다.
이 회장은 이로써 1년 넘게 끌어온 호텔건립 사업에서 숙원을 풀 수 있게 됐다. 다만 앞으로 건축심의와 문화재심의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착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부영주택은 서울시에 부영호텔 건립을 위한 세부개발계획을 제출했으나 2015년 10월 심의에서 서울시로부터 소공로변 근‧현대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받았다. 부영주택은 부영호텔 사업시행자다.
부영주택은 근현대 건축물 7개 중 호텔신축을 위해 2개 동을 철거하고 나머지 5개 동은 기존 외벽을 보존 또는 복원하는 방향으로 계획안을 수정해 서울시의 심의를 통과했다.
소공동에 들어설 부영호텔은 지하7층~지상 27층으로 850개의 객실을 갖춘 5성급 특급호텔이다.
부영호텔 맞은 편에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웨스틴 조선호텔이 있으며 역시 소공동에 롯데호텔서울이 자리하고 있다. 부영그룹이 호텔건립을 완료하면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특급호텔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호텔서울은 객실이 1000실 규모로 부영호텔도 이에 버금가는 규모를 갖춘 셈이다.
이 회장은 임대주택사업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알짜부자'로 통한다. 올해 들어 삼성생명 본관 건물을 사들이는 등 조 단위의 부동산 쇼핑에 나서 재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포스코건설의 송도본사 건물도 3천억 원을 주고 손에 넣었다.
이 회장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도 지하8층~지상 47층 1107실 규모의 5성급 호텔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최근 경관 사유화 논란으로 허가가 반려되긴 했지만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도 5곳의 대규모 호텔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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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공동 부영호텔 조감도 이미지.<서울시> |
부영그룹이 호텔사업에서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 회장은 1941년 생으로 3남1녀를 두고 있다. 세아들 중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 차남 이성욱 부영주택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3남인 이성한 감독은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고 있다. 외동딸 이서정씨도 부영주택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18개 계열사를 두고 주력은 주택건설과 임대사업이지만 부동산업, 스포츠 및 오락 관련 서비스업, 금융업, 영상오디오 제작 및 배급사업 등에 걸쳐 있다.
이 회장이 76세로 비교적 고령인 데다 최근 박근혜 게이트 관련해 K스포츠로부터 투자를 요구받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주요 사업분야를 중심으로 3남1녀의 경영승계를 서두를 경우 호텔사업도 그 한축을 이룰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