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기업에서 오너 가문의 일원이나 창업주가 경영 전면에 복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전문 경영인의 ‘퇴진 시그널’로 비쳐진다. 하지만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복귀는 오히려 전문경영인인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기업에서 오너 가문의 일원이나 창업주가 경영 전면에 복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의 ‘퇴진 시그널’로 비쳐진다.
우리나라에서는 GS건설이 대표적 예시고, 토요타, 포드, 리바이스 등 글로벌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8년 만에 다시 네이버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그리고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역시 연임됐다.
최수연 대표는 2019년부터
이해진 창업주의 글로벌 사업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며 성장해온 인물이다. 창업주에게 직접 발탁되고 육성된 차세대 리더, 소위 ‘
이해진 키즈’인 셈이다.
◆ ‘창업주와 전문경영인의 긴장관계’ 공식, 네이버에선 해당 안 되는 이유
보통 창업주가 복귀하면 전문경영인의 리더십은 약화된다. ‘하늘 아래 두 태양이 있을 수 없다’라는 말처럼, 대체 불가능한 상징성과 권력을 지닌 창업주가 복귀하면 전문경영인은 결국 2인자로 내려앉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조금 다르다.
이해진 창업주와
최수연 대표가 대척점에 있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전략을 공유해온 파트너에 가깝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해진 창업주가 글로벌 사업에 주력하던 시기에 옆에서 함께 전략을 수립해왔고, 이후
이해진 창업주는 당시 겨우 마흔 살에 불과했던 최 대표를 2021년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의 후임으로 발탁했다.
한성숙 전 대표와 최 대표의 나이 차이는 무려 14살이다. 상당히 파격적 인사였던 셈인데, 최 대표에 대한
이해진 창업주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 성과와 한계 공존하는 최수연 체제, 중요한 ‘조율자’가 생겼다
최수연 대표는 취임 이후 여러 성과를 만들어왔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의 빠른 성장이다. 치지직은 때마침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트위치’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성공하며 단숨에 국내 스트리밍 1위 플랫폼으로 뛰어올랐다.
일본 정부의 압박 속에서 '라인 야후 재팬 통합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지켜낸 것도 최 대표의 성과다. 라인 사태는 일본 국내의 복잡한 정치·경제적 변수가 얽힌 사안이었지만 최 대표는 결국 경영권과 라인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모두 방어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 대표의 리더십에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체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는 아직 글로벌 경쟁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2022년 최 대표의 주도로 인수한 미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는 아직까지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 경쟁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최 대표의 네이버는 여러 가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의 시대에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진 창업주의 복귀는 최 대표 체제의 전략적 공백을 메워줄 중요한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최 대표에게는 ‘
이해진 키즈’라는 정통성을 기반으로,
이해진 창업주의 전략적 감각과 카리스마를 등에 업은 채 보다 과감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3월26일 경기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네이버> |
◆ ‘이해진 키즈’로서 정통성, 네이버 젊은 리더십의 중심에 서다
이해진 창업주는 현재 네이버의 경영진을 '젊은 리더십'으로 재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40대 초반의
최수연 대표를 발탁한 것도 창업 20년차 기업이 다시금 스타트업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인사라고 볼 수 있다.
최수연 대표는 ‘젊은 네이버’를 상징하는 인물이자 리더십 전환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최 대표의 위치가
이해진 창업주의 복귀를 계기로 단순히 창업주에게 발탁된 전문경영인에서 창업주가 그리는 미래 전략의 첫 번째 단추로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각본가의 역할을 할
이해진 창업주는 돌아왔고,
최수연 대표는 여전히 무대 위에 주연으로 서 있다. 두 사람이 보여줄 다음 장면이 무엇일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