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돌아왔다. 이해진 창업주의 사내이사 복귀는 단순한 ‘경영 복귀’가 아니라 네이버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이해진 창업주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룹의 방향성에 관여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돌아왔다. 이 창업주는 2017년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 글로벌투자책임자(CIO)로 활동한 지 8년 만에 다시 네이버 사내이사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그동안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가 추진한 주요 투자와 글로벌 확장 전략에는 꾸준히
이해진 창업주의 영향력이 있었고 내부적으로 전략적 조언자 역할을 계속해 왔다.
이해진 창업주의 사내이사 복귀는 단순한 ‘경영 복귀’가 아니라 네이버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향후 방향성에 관여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 지분 적어도 막강한 영향력, 이해진의 상징성과 카리스마
이해진 창업주는 현재 네이버의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네이버 내부에서 그가 갖고 있는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 배경에는 두 번의 성공이 있다. 하나는 2002년 출시한 ‘지식인’ 서비스다. 당시 네이버는 한국 검색 시장에서 다음, 라이코스, 야후코리아, 엠파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밀리고 있었지만 지식인의 성공으로 단숨에 국내 1위 검색 포털로 ‘대 역전극’에 성공했다.
다른 하나는 라인의 일본 시장 성공이다. 2011년 출시된 메신저 라인은 국내 시장에서 카카오톡에 밀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진 창업주는 아직 두드러지는 대표 메신저가 없던 일본 시장에 주목했고 이후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의 고위 임원이었던 재계의 한 관계자는 “
이해진 창업주가 네이버 안에서 갖는 카리스마의 원천은 라인의 일본 진출”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 성공한 사람의 실패, ‘성공의 방식’ 답습에서 온다
문제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과거의 성공 경험은 성공한 리더들이 ‘두 번째’ 도전을 실패로 만드는 함정이 되는 때가 많다. 과거 성공 방식을 두 번째 도전에서도 고수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는 그야말로 ‘빅테크의 격랑’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네이버는 현재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 속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AI 기술은 여전히 클라우드·검색·콘텐츠 등에서 개별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돼 있으며,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생태계 확장 면이나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 면에서 한 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의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진 창업주가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고수할 경우, 네이버의 혁신이 정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해진 창업주가 새로운 ‘혁신’을 네이버에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바로 이 창업주가 외부에서 보냈던 8년의 시간 때문이다.
◆ ‘밖에서 본 시간’이 줄 수 있는 전략적 가치
2017년 이후
이해진 창업주는 글로벌 투자와 전략을 총괄하며 네이버 본사의 주요 의사결정에서는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 기간 글로벌 시장을 직접 탐색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구조와 기술 전략, 인재 운영 방식 등을 관찰해왔다. 이는 네이버 내부에 있었다면 얻기 힘든 시야를
이해진 창업주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특히 네이버가 단순한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기술’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살피면
이해진 창업주가 네이버를 외부에서 지켜봤던 경험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네이버는 현재 ‘실적은 좋지만 혁신은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2020년 이후 매년 매출이 늘어나고 영업이익 역시 2022년 한 해를 제외하면 계속 증가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연속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갱신했다.
하지만 이렇게 호실적을 계속 거두고 있는데도 네이버의 주가는 처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1년 7월30일 역대 최고가인 46만5천 원을 기록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4년 8월9일에는 15만11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조금 상승했지만 2025년 1분기가 지나간 현재 시점에도 여전히 20만 원 초반대에 머물러있다.
IT기업의 주가가 그 기업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살피면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라는 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네이버는 콘텐츠, 커머스, 클라우드, AI 등 여러 분야에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핵심 성장 방향에 대한 정교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해진 창업주가 어떤 방식으로 그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시야를 네이버 경영에 반영할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 사내이사로 복귀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3월26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제26기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이해진은 다시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결국 핵심은
이해진 창업주가 다시 한 번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 될 수 있느냐다.
과거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의 방향을 지식인으로, 메신저 시장에서 라인의 방향을 일본으로 바꾼 것처럼 인공지능 시장에서 네이버의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가 네이버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진 창업주의 복귀가 복귀 그 자체보다 그가 어떤 방향을 들고 오느냐가 더 중요한 이유다.
이해진 창업주가 그 방향을 과거의 성공 기억이 아닌, 현재 시장의 구조와 미래의 감각에 기반해 결정해야만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네이버가 다시금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이해진 창업주가 ‘성공의 기억’이 아니라 ‘미래의 감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