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4-02 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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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이 회계기준을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바꾼 지 1년 만에 다시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으로 되돌렸다. <오늘의집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이 회계기준을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바꾼 지 1년 만에 다시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으로 되돌렸다.
추후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한국거래소 기준에 맞춰 회계기준을 선제적으로 변경했지만 당장 ‘자본잠식’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떼는 것이 더 시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유동부채가 9117억 원에서 1119억 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자본으로 인식한 데 따른 변화다.
K-IFRS에서는 상환의무가 있는 금융상품을 부채로 인식하지만, K-GAAP에서는 실제 상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자본으로 분류한다.
2023년 기준으로 K-GAAP을 적용하면 자본총계가 -7988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하지만 K-IFRS을 적용할 경우 자본총계는 2242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장기업에게는 K-IFRS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 기준은 상대적으로 엄격하고, 적용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과 인력이 요구된다. 상장기업뿐 아니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게도 이 적용이 요구된다. 상장신고서를 제출하려면 최근 3개년도 재무제표를 K-IFRS 기준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에 일반적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회계기준을 K-IFRS로 전환한다. 오늘의집이 2023년 회계기준을 K-GAAP에서 K-IFRS로 변경한 것도 상장 준비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 오늘의집은 추후 다시 회계기준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더라도, 일단 ‘자본잠식’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불과 1년 만에 다시 회계기준을 되돌린 데는 지난해 발생한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지급 사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여파로 오늘의집도 판매자 정산금을 미지급하고 있다는 의혹에 휘말리며 재무건전성 의심을 받았다.
2022년 유치한 대규모 투자금이 회계상 착시를 불러왔다. 약 2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발행한 RCPS가 부채로 잡혔다.
대중에게 친숙한 플랫폼인 만큼 ‘완전자본잠식’이라는 꼬리표가 쉽게 따라붙었다. 당시 회사는 여러 차례 입장을 내고 유동부채가 과도하게 계상됐다고 해명했지만, 복잡한 회계기준을 납득시키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재무제표를 즉각 수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는 즉시 꺼낼 수 있는 카드를 선택했다. 오늘의집은 지난해 9월부터 정산 주기를 기존 ‘월 2회’에서 ‘일단위’로 바꿨다. 구매 확정된 주문 건의 정산대금을 구매확정일 기준 2영업일 후 파트너사에 지급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가로 회계기준까지 변경한 것은 고객과 파트너사의 이탈, 글로벌 사업 확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될 경우 사업 확장이나 해외 진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추후 상장을 준비할 때 다시 회계기준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더라도, 일단 ‘자본잠식’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처럼 RCPS를 전환우선주(CPS)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토스는 2019년 인터넷은행 및 증권업 진출을 앞두고 자본 안정성 강화를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RCPS 전량을 CPS로 바꿨다. 상환권이 제거되면 해당 주식은 자본으로 인식된다.
당시 토스는 투자자들을 설득해 상환권 포기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지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정으로 평가된다. 오늘의집은 이 같은 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회계기준 변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최근 발란의 수백억 원대 미지급 사태로 버티컬 커머스(전문몰)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오늘의집은 ‘자본잠식’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며 시장의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은 회계상 착시로 인해 불필요한 리소스를 소비하지 않기 위함”이라며 “이는 IPO 진행 여부와는 무관하게 진행했으며 현재로서는 상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버킷플레이스는 2024년 매출 2879억 원, 영업이익은 5억7759만 원을 내면서 2014년 창사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전환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