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이른바 '지분 마법'으로 그룹을 장악한 것에 비판이 거세 경영성과를 보이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 |
[씨저널]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르게 된 배경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의문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으로서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통해 빠르게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2024년 3월 회장 취임 이후 그룹 경영에서 성과를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회장은 2022년 11월 상장사 동원산업과 비상장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흡수합병을 통해 동원그룹 경영권을 거머쥐었다.
합병비율은 초기 1:3.8385530(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으로 산정됐다. 당시
김남정 회장은 합병 전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을 68.2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소액주주들은 합병비율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산정하기 위해 동원산업의 가치를 저평가 했고 소액주주들에게 불합리하게 산정됐다고 반발했다. 마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 합병사례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뼈대였다.
동원그룹은 이런 지적에 따라 합병비율을 자산가치에 근거한 1:2.7023475로 조정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ESG평가원은 이 합병을 두고 합법의 테두리 아래서 선택한 방법이었지만 소액주주에게는 불리한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ESG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ESG평가원은 "이 합병은 동원산업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비상장 지주회사의 우회상장 효과가 더 크다"며 "동원산업의 주주가치와 지배구조 측면에서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2022년 당시 동원산업 지분이 전무했던
김남정 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알짜 계열사인 동원F&B는 물론, 모태기업인 동원산업까지 단기간에 거느리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동원그룹은 1999년 정부의 지주회사 제도 도입과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기존의 금융·비금융 혼재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룹 구조가 개편됐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동원산업 산하 금융계열사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식품·건설·해양 계열사는 동원엔터프라이즈로 각각 재편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지배구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지배구조 관련 이슈는 지속되고 있다.
동원산업은 2024년 1월 자사주의 1046만770주(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22.5%)를 소각하면서 발행주식 수를 대폭 줄였다. 동원산업은 이에 앞서 2023년 6월에도 자사주 350만 주를 소각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조치로
김남정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약 87%로 90%에 육박하게 되면서 경영권을 공고하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동시에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현행 상법에서는 지배주주의 보유주식과 기업의 자사주 합계가 발행주식의 95% 이상이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자진 상장폐지를 염두에 둘 경우 상장폐지 뒤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격적 인수합병을 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의문은 결국 김 회장의 승계 과정 전반에 대한 정당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남정 회장으로서는 경영성과를 보여줘 승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의 실적이 최근 들어 반등하고 있다는 점은 김 회장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동원산업 실적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 8조9486억 원으로 2022년 9조262억 원과 비교해 줄었다. 영업이익도 4944억 원에서 4647억 원으로 줄며 2년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2024년 들어 동원산업의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동원산업의 연결기준 매출은 8조9442억 원으로 2023년 8조9485억 원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014억 원을 내면서 7.8% 늘었다.
김 회장은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실적의 지속적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빠르게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실질적 성과를 내고 그 이익을 주주들과 공유함으로서 경영승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동원그룹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의 필요기업이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과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