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3-28 16: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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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또다시 MBK·영풍 연합의 공세를 막아내며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오고 간 회사 경영진에 대한 고발·소송은 끝나지 않아 최 회장이 막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이 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다만 법적 분쟁 등이 아직 남아 있어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또 MBK·영풍 연합의 핵심 인사 3명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입성해 향후 이들과의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상법 상 ‘상호주 제한’에 따른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다음 주주총회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MBK·영풍의 이사회 장악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안건이 대부분 통과했다. 또 경영권 핵심인 이사회 구성에서도 신규 선임 이사 8명 가운데 5명을 회사 측 추천 인사로 채우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새로 선임한 8명의 이사를 포함해 고려아연 사내이사는 총 19명으로, 이 가운데 15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지난 1월23일 임시 주총과 마찬가지로 최 회장이 꺼내든 순환출자구조 형성에 따른 ‘상호주 제한’ 카드가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앞서 27일 법원이 영풍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 측은 상호주 제한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을 이번에도 제한하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앞서 지난 12일 고려아연 손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은 보유했던 영풍 주식 10.3%를 모회사 썬메탈홀딩스에 현물 배당했다. 이에 따라 영풍→고려아연→썬메탈홀딩스→영풍의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됐고, 상법의 상호주 제한을 들며 이번 주총에서도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의 의결권 행사를 막았다.
영풍은 상호주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7일 주식 배당을 통해 썬메탈홀딩스의 영풍 지분율을 10% 이하로 낮췄지만, 이날 오전 9시 고려아연 정기 주총이 열리기 직전 썬메탈홀딩스가 장외매수로 영풍 주식을 추가 취득해 지분을 10.03%로 만들며 ‘상호주 제한’ 적용 기준인 10%를 넘겼다.
최 회장이 이번 정기 주총 표대결에서는 승리했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해 보인다.
MBK·영풍 측은 정기 주총에서 영풍에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또 MBK·영풍 연합은 이사회 3인 입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지난 7일 임시 주총 결의의 효력을 무효로 해달라는 영풍의 가처분 신청 인용하면서, 유한회사가 지분을 보유하면 상호주 제한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상호주 제한의 근거가 되는 순환출자 구조는 현재는 ‘영풍→와이피씨(유한회사)→고려아연→썬메탈홀딩스→영풍이다. 와이피씨의 존재로 다음 주총부터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을 공산이 크다.
▲ 28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최윤범 회장과 당분간 불편한 동거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지난 3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여한 김 부회장 모습. <연합뉴스>
주총 결의를 대상으로 한 본안 소송과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MBK·영풍 연합이 최 회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낸 법적 분쟁은 아직 소송이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최 회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은 고려아연이 2024년 12월 보유했던 한화 주식 7.25%를 한화에너지에 1519억 원에 매각한 것이 회사에 재산적 손해를 입혀다며 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했다.
또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건과 이그니오홀딩스에 인수가 실패로 돌아갔다며 최 회장과 노진수 고려아연 부회장,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 등 3명을 상대로 회사에 4005억 원을 배상하라는 주주대표 소송을 걸었다.
또 지난 2월3일 최 회장, 박 사장과 썬메탈코퍼레이션 경영진을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해외 계열사의 자금까지 동원해, 인위적으로 순환출자구조를 만들었다는 게 MBK·영풍 측 주장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양 측의 장기간 경영권 분쟁이 고려아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양측 행위를 보면, 적절한 이사회 구성이라는 본질보다 절차의 위법성 지적에 초점을 둔 소모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된다”며 “각 이사 후보가 고려아연을 경영하기에 적합한 전문성·독립성·윤리성을 갖추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게 바람직한 논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