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3-27 16: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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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지 1년 만에 지주사 동원산업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김남정 회장은 그룹 외형 성장이 정체된 지금을 위기로 진단하고 기술력 제고를 통한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지주사 동원산업 대표이사를 물갈이하고 기술력 제고를 통한 위기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사진은 김남정 회장.
27일 동원그룹에 따르면 최근 단행한 동원산업 대표이사 인사를 통해 기술 전문가를 전진배치함으로써 기존사업과 신사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한다.
동원산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장인성 기술부문 대표이사, 박상진 사업부문 대표이사, 김세훈 지주부문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특히 회사는 창사 56년 만에 처음으로 기술부문을 신설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장인성 동원그룹 종합기술원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이에 동원산업은 기존 2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지주부문, 사업부문, 기술부문 등 3명의 각자대표가 핵심사업 역량 강화를 이끄는 3인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동원그룹 지주회사의 대표 체제와 그 구성인사가 모두 변경된 것이다. 특히 기존 박문서 지주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민은홍 사업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은 모두 내년 3월까지 1년 임기를 남겨두고 대표직을 내려놨다.
김남정 회장은 외형성장이 주춤한 그룹의 현재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지주사 리더십을 물갈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올 1월 신년사에서 “기존 사업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미래 사업은 기대만큼 속도를 못 내고 있다”며 “비상 상황을 정면 승부로 돌파해 혁신의 원동력으로 바꿔내자”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으로 공식 총수 자리에 올랐다. 그룹 지배력을 인정받으며 김재철 명예회장에 이어 ‘김남정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것이다.
다만 동원산업은 2023년 8년 만에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0.9%)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제자리걸음(-0.05%)을 했다.
김 회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강원도 양양 ‘친환경스마트 육상연어양식단지’도 애초 작년 3월 착공할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껏 지연되고 있다.
동원그룹은 이번 대표 인사에서 “기술경영을 본격화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술부문 신설을 통해 기존 사업 경쟁력 제고와 신사업 관련 신기술 개발 강화를 동시에 노린다.
동원그룹은 참치 원양어업을 필두로 한 수산사업으로 출발한 회사지만 현재 동원산업 연결 매출에서 수산사업 부문은 4% 수준으로, 제조·물류업 관련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장 기술부문 대표는 베를린공과대학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2022년 동원그룹에 합류해 종합기술원장 겸 CTO를 맡았다. 그룹 전면에 나서 기존 공장 생산시설의 자동화와 스마트항만, 2차 전지소재 등 차세대사업 기술 선진화 등 기술 기반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동원그룹 CTO를 지내며 완전 자동화 항만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의 개항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어군 탐지 드론 개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냉동공조 설비 구축 사업 등을 총괄했다.
▲ 강원도 양양에 들어서는 ‘친환경스마트 육상연어양식단지’ 조감도.
수산사업에서도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 높아지고 있다.
동원산업은 원양어업에서 초대형 그물로 통조림용 참치를 어획하는 선망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동원산업 보유선박 35척 가운데 참치선망선이 19척으로 참치연승선(8척)보다 2배 이상 많다. 연승어업은 여러 개의 낚시를 드리워 횟감용 고급참치를 어획하는 것을 말한다.
참치선망선은 어군탐지용 헬기를 탑재하고 인공위성을 매개로 육상과 교신하는 통신장비(MVSAT), 소나(어군탐지기) 등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동원산업은 “참치 어족자원 보호 관련 규제가 강화하고 있어 신규사업진출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이에 선망선 조업에 있어 성능이 우수한 선박 확보를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동원산업은 참치 원어 품질 확보를 위해 과거 도입한 선박의 냉동처리 능력 보강과 높은 어획물 처리기술을 갖춘 신조선 도입을 지속 추진 중이다.
동원산업이 기술부문을 신설한 것은 기존 수산사업 관련 기술력 제고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박상진 사업부문 대표는 동원산업 선박의 현대화와 지속가능한 어업 강화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1998년부터 동원그룹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해양수산 전문가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내실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술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했다”며 “하이테크를 접목시킨 2차전지소재·스마트항만·육상연어양식 등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