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5-03-27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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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2025년도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업계 불황에 대응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의 시선은 에너지 분야로 향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삼성물산은 14일, 현대건설은 20일, DL이앤씨는 24일, GS건설은 25일, 대우건설은 26일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통상적 안건 외에 정관변경을 통해 ‘수소 발전 및 관련 부대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초부터 조직개편을 통해 수소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기존 신성장사업본부를 부로 격상해 에너지솔루션사업부 등 5개 사업부로 조직을 정비했고 에너지솔루션사업부에는 전력, 신재생, 원전 등에 수소발전 사업본부를 추가했다.
삼성물산이 수소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2년, 2023년에는 전체 수주의 60% 이상이 삼성전자로부터 수주였을 정도로 계열사 일감을 통해 실적 성장에 힘을 받아 왔지만 점차 계열사 수주 물량이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계열사 물량의 비중이 전체 수주의 50%를 밑돌았다.
삼성물산은 과거 소극적이었던 도시정비 시장에서도 올해 1분기에만 3조 원을 웃도는 신규 수주를 따내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수소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도맡아 하는 계열사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소 사업에서 앞으로 삼성물산의 보폭은 상당히 넓어질 여지가 커 보인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총회에 참석해 “올해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경영환경 급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강화하고 운영 내실을 다지며 신사업 성과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수소 에너지 사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건설업 불황에 더해 수익성 악화까지 겪고 있는 현대건설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로 삼성물산과 마찬가지로 수소 에너지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은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수소차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계열사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기존 원전 분야에 더해 수소 에너지까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표는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현대건설은 국내외 24기 대형원전을 시공했고 불가리아 원전 본공사 계약, 미국 미시간주 소형모듈원전(SMR) 착공을 앞두고 있는 등 원자력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청정에너지의 핵심 축인 수소, 해상풍력, 태양광 등 기후 위기에 대비한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과 같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들이는 까닭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및 에너지 인프라 수요의 급증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단의 모습.
탄소배출 감축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움직임에 더해 인공지능(AI) 혁명가지 확산하면서 전 세계, 전 산업적으로 에너지 및 에너지 인프라 수요의 증가는 점점 가팔라지는 상황이다.
GS건설을 보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조6천억 원 규모의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2번’, 5879억 원 규모의 동북아 LNG허브터미널 1단계 프로젝트 등 굵직한 에너지 인프라 관련 수주를 따내며 창사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인 19조9100억 원의 신규 수주 기록을 내기도 했다.
대우건설 역시 올해 신규 수주 실적을 좌우할 핵심 일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일 정도로 각 건설사에는 에너지 사업 일감의 중요도는 커지고 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대우건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팀코리아 시공 주관사로서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며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