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인천공항 노조)가 공항 안전에 필요한 인력충원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파업 절차를 본격화한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 사장은 4단계 확충사업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난 공항 업무를 무인화 및 자동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 인천공항노조는 27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전국공항노동자연대 발대식’을 열고 노동자 안전 확보를 위한 올해 투쟁 계획을 본격화한다. 엄흥택 전국공항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정안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오른쪽). <전국공항노동자연대> |
하지만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며 노조의 투쟁 움직임이 격화하면서 진땀을 흘릴 것으로 보인다. 시설 확충과 이용객 증가세에 힘입은 실적 회복세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27일 인천공항노조는 이날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전국공항노동자연대 발대식’을 계기로 올해 노동자 안전 확보를 위한 투쟁 계획을 본격화한다.
이번 공항노동자들의 연대는 실제 여러 참사들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항 안전을 앞세운 만큼 사회적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전남 무안공항 참사로 공항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져 있다. 국토교통부도 오는 4월 중으로 항공종사자 인력관리 강화 및 안전투자를 포함하는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인천공항노조는 지난 19일 단체교섭 요구 절차에 들어갔다. 인천공항노조는 올해 상반기안에 쟁의권을 확보해서 올해 8~9월에 인력 확충 관철을 위한 파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천공항노조는 인천공항 4단계 확장에 따른 인력 충원과 4조 2교대 근무체계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전후로 자회사 인력충원에 계획을 내놓으며 노조의 파업 움직임을 막았다.
지난해 9월 인천공항노조는 파업을 이틀 앞둔 시점에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3곳(인천공항시설관리,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인천국제공항보안)으로부터 4단계 확장에 따른 필요인력을 모두 1135명 충원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공문을 받으면서 파업을 전면 보류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 자회사들은 지난해 11월 4단계 필요인력 가운데 236명만 충원하겠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올해 들어서도 4단계 필요인력은 기존에 입장을 밝혔던 수준에서 충원되는데 머무른 것으로 파악된다. 여전히 필요 인력이 모두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인천공사 자회사들은 인력충원보다는 인천공항 노조의 투쟁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먼저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운영서비스는 환경미화업무를 파업을 할 수 없는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해줄 것을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것이 지난 1월 알려지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인천공항노조는 전국 14개 공항의 필수유지협정문에서 노조법 시행령을 준수해 환경미화를 비롯한 터미널 운영과 관련한 직무는 필수유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짚고 있다.
그동안
이학재 사장은 4단계 확장에 따른 필요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스마트 기계를 통한 무인화 및 자동화를 활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완료된 4단계 확장사업으로 인천공항의 면적은 기존 38만7천㎡에서 73만4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 수용 능력도 7700만 명에서 1억600만 명으로 2900만 명(약 38%) 확대됐다. 국제선 용량 기준으로 홍콩(1억2천만 명)과 두바이(1억1500만 명)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올라선 것이다.
이학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향후 자동화·무인화가 이뤄져 필요 인원이 많이 줄고 운영 효율화가 되면 (그때 가서) 자회사 인력을 줄일 수 없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3월 디지털 대전환을 선포한 이후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한 공항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월2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그레이트홀에서 진행된 ‘인천공항 AI 윤리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
인천공항의 디지털 혁신전략은 줄서지 않은 편리성과 데이터 기반 공항 예측, 경영 전반에 걸친 디지털 체질 개선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30년까지 디지털 및 AI 기술을 중심으로 여객 서비스와 공항 운영 등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올해 말까지 디지털 대전환 단기․중장기 로드맵과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로 했다.
다만 문제는 4단계 건설사업 완료로 이미 인천공항의 면적이 두배 가량 늘어난 상황에서 디지털 대전환 이행시점은 2030년이라는 데 있다.
이학재 사장이 4단계 인력충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기까지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여객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4단계 확장 구역이 개장된지 불과 3개월 여만인 이달 자회사 청년 근로자가 야간에 추락사한 데다 또다른 자회사의 근로자 2명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계류장에서는 여객기가 탑승교와 부딪히는 사고도 났다.
정안석 인천공항 노조위원장은 청년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노동조합 역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공항 노조는 성명서에서 "자세한 사인은 경찰 조사 중이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시설관리 그리고 노동조합은 엄중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안전한 공항을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고 투쟁으로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한 인천공항 노조의 인력충원을 위한 파업이 실행되면 코로나19 뒤 회복 흐름에 놓여 있던 인천공항 경영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 뿐만 아니라 공항과 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천공항은 국제선 기준 여객 7067만 명을 기록하며 지난 2001년 개항 이후 역대 최다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코로나 19 이전 최다실적인 2019년 7058만 명을 웃도는 수치다.
인천공항은 올해 여객과 운항 실적 추정치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각각 7123만 명과 41만3천 회로 전망했다. 올해 매출도 2조5549억 원으로 2019년 매출 2조7592억 원의 92.6%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이번 설 연휴 동안 하루 평균 21만9천 명이 몰려들면서 역대 명절 최다 이용객 기록을 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파업이 본격화하면 실적 회복에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인천공항 노조는 "자회사 전문성 저하와 운영 비효율성과 같은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공항의 안전을 기대할 수 없다"라며 "강력한 힘을 모아 노동자들의 진정한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