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은 기자 parkde@businesspost.co.kr2025-03-27 13: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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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기업공개(IPO) 추진 시 주주와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살피겠습니다.”
27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열린 LS그룹 지주사 LS의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들의 중복상장과 관련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LS의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 2층 강당에서 열렸다. < LS >
이날 LS용산타워 2층 주주총회 행사장에는 소액주주들이 자리를 대거 차지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재무제표 승인, 명노현 부회장의 LS 사내이사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올라왔고 주주들의 별 다른 반대 없이 빠르게 승인됐다. 2024년 성과에 대한 보고도 이어졌다.
소액주주들이 LS 계열사들의 중복 상장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자 명 부회장은 “성장성 높은 사업에서 '투자의 골든타임'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며 “LS 계열사 상장은 모기업 가치를 희석하는 게 아니라 모회사와 자회사의 전략적 성장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기업공개”라고 주장했다.
그는 뒤이어 LS그룹의 상장 추진 사례, 외부 자금 유치 필요성,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순이익 제고 방안, 주주 환원과 소통 활성화 계획 등을 설명했다.
LS는 에식스솔루션즈, LS파워솔루션(옛 KOC전기), LS이링크 등 계열사가 전력 산업의 슈퍼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소액 주주들은 중복 상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5일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중복 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라고 발언한 뒤 LS그룹 계열사 주가가 동반 급락하기도 했다. LS는 10.29%, LS일렉트릭은 12.11% 하락했다.
주총장을 나서는 익명의 소액주주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몇몇 주주들이 의견을 제시할 때 속이 시원했다”며 “명 부회장이 중복 상장 논란 등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주주들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으니 믿어보겠다”고 말했다.
▲ 지난 5일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라고 발언한 뒤 LS그룹 계열사 주가가 급락했다. LS는 10.29%, LS일렉트릭은 12.11%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주총이 끝난 뒤 1층 로비에서 만난 명 부회장은 주총장에 모인 기자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명 부회장은 호반산업의 LS 지분 3% 인수와 관련해 “(호반이) 왜 그러는지 모르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하며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사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반그룹은 최근 LS의 지분을 3% 가까이 매입했다. 매입 주체는 호반산업으로, 국내 한 증권사를 통해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LS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매입한 지분은 5% 미만으로, 아직 공시 의무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분이 3%를 넘길 경우 주주로서 여러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LS 측 입장이다. 회사 장부나 서류의 열람, 이사 선임 또는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반그룹은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해 "전선 산업이 유망해 투자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LS전선과 대한전선(호반그룹 계열사) 간의 특허 분쟁 및 기술 유출 갈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명 부회장은 이번 주총 안건 통과로 3년 동안 대표이사로 다시 재임하게 됐다. 그는 2023년부터 현재까지 LS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명 부회장은 1961년 생이며, 인하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LS전선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LS전선에서만 37년 근무했다.
재경담당 상무, 최고재무관리자(CFO) 부사장,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를 거치면서 LS전선에서 ‘재무 전문가’로 자리를 잡았다.
LS그룹의 사촌 경영 전통에 따라 구자은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2022년 1월 LS 최고경영자에 선임됐고, 2022년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