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1호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4주차에 접어들면서 웃지 못할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 1주 거래로 상한가가 탄생한다. 높은 가격 변동성 탓에 변동성 완화장치(VI)가 하루에 30회 가까이 발동되기도 했다.
개장 초반 '좌충우돌'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복수거래소 체제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 25일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변동성 완화장치(VI)가 27번 발동됐다. <비즈니스포스트> |
26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넥스트레이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323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프리마켓(정규시장이 열리기 전 오전 8시부터 8시50분까지 열리는 시장)의 거래대금이 79억 5천만 원에 달해 총 거래대금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에는 거래종목이 350개까지 확대되며 거래대금도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범 초기 몇 가지 문제가 노출되면서 넥스트레이드의 대응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다.
우선 프리마켓에서의 높은 가격 변동성이 문제다.
25일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VI가 27번이나 발동됐다.
네이처셀 주식은 개장과 동시에 VI가 발동됐다. 당시 체결주식은 10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상한가까지 직행한 것이다.
현대차 주식도도 개장 직후 VI를 발동시켰다. 체결주식 수는 701주였다.
전날인 24일 프리마켓에서는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가 단 50주 체결로 주가가 6.73% 하락했다. 일시적으로 시총이 10조 원어치 넘게 주저앉은 셈이다.
24일은 넥스트레이드에서 처음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 날이었다. 이날 VI는 25번 발동됐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종목 확대로 프리마켓 VI 발동 횟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4일 개장 뒤 2주 동안 하루 평균 발동 횟수는 1회에 불과했으나 3주차에 11.2회로 늘어난 뒤 4주차에 26회까지 치솟았다.
한 주식거래 투자자는 “하루에 VI가 몇 번이나 걸리는 것이냐”며 “화가 나서 거래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의 가격 변동성이 높은 이유는 한국 거래소와 다른 방법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는 프리마켓의 최초가격 결정 방법으로 접속매매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거래소의 단일가매매와 달리 호가를 제출하면 해당 가격에 즉시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빠른 거래가 장점이지만 소규모 거래에도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실제로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1주 거래로 상·하한가 체결이 이뤄진 건수는 모두 18건이었다.
넥스트레이드는 21일 “해외 주요 대체거래소들도 최초가격 결정 방법으로 접속매매를 채택하고 있다”며 “적은 수량으로 상·하한가가 형성되지 않도록 자체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4일부터 급격히 늘어난 VI 발동 횟수를 고려할 때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해외에서도 이처럼 높은 변동성이 나타나느냐’는 질문에 “해외 대체거래소 관련 정확한 사료조사는 없지만 아마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제도를 바꿀 계획은 없고 장기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 18일 한국거래소 전산 장애로 코스피 상장 주식들의 거래가 멈췄다. <연합뉴스> |
지난주에는 한국거래소에서 넥스트레이드 도입 관련 시스템 변경으로 거래중단 사건도 발생했다.
18일 오전 11시37분부터 7분 동안 한국거래소 거래 시스템 오류로 코스피 상장 주식들의 거래가 멈췄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도입한 새로운 거래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과 충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맞춰 ‘중간가 호가(최우선 매수가와 매도가의 중간 가격에서 자동으로 체결되는 방식)’를 도입했다.
중간가 호가 시스템이 동양철관 주식 거래 과정에서 ’자전거래방지 조건(SMP) 호가’와 엉키며 전산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여파로 동양철관은 3시간가량 거래중지 상태로 멈춰있다 오후 3시에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풀려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든 코스피 종목의 거래가 멈춘 것은 2005년 통합 출범 이후 처음이다.
금융감독원도 전산장애 재발방지를 위해 검사에 나서겠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전산장애가 넥스트레이드의 문제는 아니지만, 복수거래소 체제 도입 초기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