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3-26 13: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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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생활건강이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제2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 LG생활건강 >
[비즈니스포스트] LG생활건강이 올해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연간 배당 예측치까지 미리 공시하는 등 본격적인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배당 횟수도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리는 계획을 내놓으며 ‘주주친화 모드’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실적과 주가가 나란히 미끄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만 늘린다고 해서 주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진짜 보상’이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2021년을 정점으로 3년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보여주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너진 신뢰를 되살리려면 숫자보다 실적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결국 실적 반등 없는 배당 확대는 ‘진짜 환원’이 아니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LG생활건강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올해는 주주환원 강화를 핵심 기조로 삼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생활건강은 올해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年) 1회였던 배당을 연 2회로 늘려 주주환원 강도를 높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중 수익을 분할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셈이다.
중간배당 권리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일도 종전 ‘7월1일 0시’ 고정 방식에서 ‘이사회 결의’로 유연하게 바뀐다. 이사회는 배당 기준일을 확정하기 최소 2주 전에 이를 공고하도록 했다.
‘선 배당액 공표, 후 기준일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예측 가능한 배당 정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배당을 받고 싶다면 투자자가 먼저 배당 수준을 확인하고 그에 따라 매수 시점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배당성향도 끌어올리며 주주환원 의지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최근 5개년 평균 20% 중후반대에 머물렀던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실제로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개한 2024년 기준 예상 배당성향은 31%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LG생활건강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당성향의 맹점이 지적된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인 만큼 순이익이 줄어들면 같은 금액을 배당해도 수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숫자만 보면 ‘주주환원 강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주주가 체감하는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 LG생활건강은 올해도 더후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리뉴얼된 LG생활건강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더후 제품. < LG생활건강 >
실제 LG생활건강의 2023년 배당성향은 41.2%까지 치솟았지만 총 배당금은 약 587억 원으로 2024년과 동일한 규모다. 2023년 순이익이 2024년보다 30% 이상 낮은 탓에 같은 금액을 배당해도 비율만 높아진 일종의 ‘착시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배당 정책 강화가 모든 주주에게 해법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시기에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에게는 배당으로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고점에서 주식을 사들여 물려 있는 장기 보유 주주들 입장에선 ‘주가 회복’이라는 본질적 변화가 훨씬 절실하다는 얘기다.
LG생활건강 주가는 2021년 170만 원을 넘겼지만 현재 30만 원대까지 내려앉으며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실적 반등이 수반되지 않는 주주환원은 ‘진짜 환원’이라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배당을 늘려도 결국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1조2896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7111억 원, 2023년 4870억 원, 2024년 4590억 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과거 LG생활건강의 성장을 견인하던 중국 소비 수요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주력 프리미엄 브랜드의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LG생활건강의 주가 흐름만 봐도 이런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2023년 10월 이후 주가는 줄곧 30만 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으며 뚜렷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배당 빼고는 답이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주가가 장기간 바닥을 맴도는 상황에서 배당 외에는 손실을 만회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증권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증권사들 역시 LG생활건강의 올해 실적 회복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5년 면세점, 방문판매 등 전통 채널의 매출 감소로 성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해외 사업 성장률도 다른 K뷰티 화장품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전체적인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LG생활건강의 2025년 실적 전망이 낮아짐에 따라 목표주가도 함께 하향 조정한다”며 “중국 외 지역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관심을 높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