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인공지능 시장 성장세에 올라타기 위해 반도체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전자BG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
[씨저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반도체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두산 전자BG 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두산에서 전자사업을 담당하는 전자BG에서 전략전문가로 손꼽히는 유승우 사업부문 최고사업책임자(CBO)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영향력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엔비디아에서 불어오는 반도체 관련 부품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두산은 올해 3월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유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의결하게 된다.
◆ 두산의 새 먹거리 창출 선봉, 전자BG부문
두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자BG의 매출은 2024년 1조63억 원, 2023년 7516억 원, 2022년 8914억 원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두산에서 두산BG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길 정도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 전자BG의 전자사업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이런 실적 성장성에 더해 시장 자체의 확장과 무관치 않다.
시장에서 AI 반도체의 성장과 함께 동박적층판(CCL)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두산은 전자BG를 통해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에 들어가는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이엔드용 CCL시장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대만 EMC가 CCL 점유율에서 약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사양 제품군에서는 두산이 앞서가고 있다.
박 회장은 고부가 CCL 시장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대의 본격화와 맞물려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CCL 시장 규모는 2022년 150억8천 만 달러에서 2028년 21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 전자BG는 최근 엔비디아라는 강력한 협력 파트너를 얻으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두산의 주력 제품인 동박적층판(CCL)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에 공급되면서 매출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대만 기업인 EMC로부터 CCL를 주로 공급받았지만, 두산 CCL의 우수성을 검증하고 난 뒤 또 다른 CCL 공급업체로 두산을 선정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 전자BG는 엔비디아 AI 반도체인 블랙웰 모델의 단독 공급에 이어 후속 모델인 루빈까지 경쟁사를 제치고 CCL을 단독 공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두산 전자BG는 저손실 특성을 지닌 CCL 제품을 앞세워 인공지능 가속기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지난해 가을부터 엔비디아 인공지능 칩에 CCL을 공급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 전자BG사업부문 매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에 적용되는 제품 개발·테스트가 이뤄지고 있고 다른 글로벌 빅테크와도 납품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첨단 소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AI 시장 성장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는 복안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2년 반도체 테스트 후공정 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 2024년 7월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열린 제1회 'AI Council'에서 유승우 두산 전자BG장이 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두산> |
◆ 유승우 사장, 두산 전자BG의 ‘선봉장’으로 등판
두산 전자BG의 선봉장은 유승우 사장이 맡고 있다.
유승우 사장은 두산 전자BG장을 역임하며, 기술 및 제품 개발, 설비 투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김제 지평선산업단지 내 하이엔드 연성동박적층판(FCCL) 공장 준공을 이끌면서 두산의 전자 소재 사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사장은 2025년 3월 두산 최고사업책임자(CBO) 겸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전자 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 사장은 1967년생으로 한양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0년 두산에 입사해 줄곧 전자BG부문에서 일해 온 전자 분야 전문가다.
임원으로서는 전자BG CCL(동박적층판) 사업본부장, 전략부문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0년 전자BG장에 선임됐으며 올해부터 사업부문 CBO를 맡게 됐다.
유 사장은 그룹 내에서 사업 전략에 강점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전자BG부문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궤도에 오른 반도체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사장은 두산 전자BD에서 고부가가치 반도체·첨단 소재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FCCL 생산력 확대를 위해 김제시에 FCCL 공장을 준공하기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제 FCCL 공장은 지평선산업단지 안의 8만2천㎡ 부지에 건축면적 1만3천㎡ 규모로 지어졌다.
FCCL은 얇고 유연하게 구부러질 수 있는 동박적층판으로 인공지능과 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등 첨단 전자산업에서 사용되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의 핵심소재다.
유승우 사장은 김해공장 준공식 때 "공장 최적화와 사업을 조기 정착시켜 변화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신규 고객확보, 사업영역 확대, 현장경쟁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퀀텀 점프’ 꿈꾸는 두산, 유승우 사장 리더십이 ‘열쇠’
두산그룹이 전자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전자부문 전략가인 유승우 사장이 변화를 이끌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전방산업 성장으로 CCL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엔비디아와 인공지는 반도체 시장에서 협력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승우 사장은 하이엔드 FCCL 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사업장인 김제공장을 향후 시장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증설한 것처럼 앞으로도 시장 확대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그룹 AI 전략 방향성을 공유하고 그룹 대내외의 인공지능 도입 우수 사례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해 ‘AI Council’을 개최하는 등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유승우 사장은 2024년 7월 개최한 'AI Council' 행사를 마치면서 "인공지능 도입을 통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리더들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 세션을 열어 다양한 사례를 발굴하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해야 한다"며 "각 부문은 최소 1개 이상의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