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1월2일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플랜트 현장에서 진행한 시무식을 마친 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GS건설 > |
[씨저널]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겠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2025년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내용만 보면 건설사 CEO가 매년 내는 평범한 시무식 다짐에 불과하다.
이 메시지가 특별한 것은 이 말을 한 ‘사람’과 ‘장소’에 있다.
허 사장은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한 오너경영자다. 그리고 허 사장은 시무식을 행사장이나 사무실이 아닌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플랜트 현장에서 진행했다.
오너경영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시무식을 열고, 안전과 품질을 강조했다는 점에 이 메시지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허 사장은 3월6일에도 GS건설의 ‘자이’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을 점검했다. 이러한 허 사장의 행보를 보면 GS건설의 2025년 키워드는 ‘플랜트’와 ‘안전’으로 압축할 수 있다.
◆ 오너의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플랜트와 안전에서 성과 낼까
허 사장의 ‘플랜트’와 ‘안전’ 강조가 더 의미를 갖는 이유는 GS건설이 오너경영체제에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모두 전문경영인을 앞세우고 있는 반면, GS건설은 GS그룹 오너 가문의 4세인
허윤홍 사장이 직접 경영을 맡고 있다.
GS건설은 임병용 전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최고경영자로 선임된 2013년 6월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임병용 전 사장이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로 물러나고
허윤홍 사장이 2023년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면서 오너경영으로 전환했다.
전문경영인의 경영과 비교해 오너경영이 갖는 장점은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이다.
오너경영의 이러한 특징은 GS건설이 올해 집중하고 있는 ‘플랜트’와 ‘안전’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서 특히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 GS건설의 미래를 책임질 플랜트, 빠른 의사결정의 힘
GS건설의 플랜트 사업 집중은 ‘빠른 의사결정’이라는 오너경영의 장점이 두드러질 수 있는 분야다.
GS건설은 1조7000억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2’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플랜트 부문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GS건설은 올해부터 플랜트 부문의 연간 매출을 1조 원 이상으로 늘리고, 내년부터는 최대 연간 2조 원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을 세웠다.
이와 대조적으로 과거 GS건설이 신사업으로 키우려 했던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오너경영의 강점인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핵심 사업을 플랜트로 집중시키고,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11월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GS건설 자이 리이그나이트(Xi Re-ignite)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순살 자이’ 논란과 안전, 오너의 '책임'이 필요한 때
안전 강조는 책임경영이라는 오너경영의 장점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다. 대부분의 건설사 대표들이 안전과 내실을 강조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외치는 안전과 오너경영인이 이야기하는 안전은 그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GS건설은 2023년부터 시작된 ‘순살 자이’ 논란으로 브랜드 신뢰도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논란이 발생한 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오명이 희석되고 있지만, GS건설의 브랜드 이미지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경영을 내세우는 오너경영의 장점은 GS건설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허윤홍 사장은 단순히 선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을 방문하며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부터 매달 첫째 주 목요일을 ‘안전점검의 날’로 지정해 직접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이’ 브랜드 리뉴얼 행사(자이 리이그나이트)에서도 “자이 리브랜딩은 단순한 이미지 변화가 아닌 근본을 튼튼히 하는 밑거름”이라며 더욱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허윤홍 경영 2년차, 오너경영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는가
허윤홍의 오너경영은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GS건설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2조7485억 원, 영업이익 3252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추정 영업이익률이 2.6%로, 2022년 4.5%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건설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는데도 단번에 2023년에 기록했던 대규모 영업손실을 극복하고 흑자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GS건설은 다양한 위기를 겪어왔다. 순살 자이 논란으로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렸고, 글로벌 건설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사업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도 있었다.
오너로서 직접 현장을 챙기며 내실을 다지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허윤홍 사장이 GS건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