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5-03-25 17: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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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건강보험공단이 전공의 미복귀에 따른 의료공백 장기화를 지원하는데 지난해 2조 원이 넘는 재무부담을 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보공단은 의료공백에 따른 부담뿐 아니라 갈수록 재무구조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개혁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의료계와 시민사회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에 따라 지난해 벌어졌던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심각한 의료 공백 사태는 올해 들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지난해는 의료상황이 정말 응급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정책이 정비되면서 차츰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의료공백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각종 대책에 따라 지난해 빚어졌던 의료 현장의 혼란이 다소나마 진정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탈했던 전공의들의 복귀율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며 휴학한 의대생들의 복학도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에서도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해 의대생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5일 국무회의에서 1년 이상 이어지는 의료공백 문제와 관련해 "이번 주는 학사 복귀와 교육 정상화의 마지막 골든타임이자 의대 교육 정상화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돌아온 의대생들이 마음 편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며 "의대생은 앞으로 대한민국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생명을 다 같이 지켜나갈 인재들로 이제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와 정부의 말을 종합하면 의료 공백이 지난해 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해결될 기미 역시 좀처럼 보이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들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처하기 위해 2조 원이 넘는 재원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런 부담이 올해도 더 이어질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와 관련한 졸속적 정책 추진이 불필요한 재정 출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적 예산 투입뿐 아니라 건보공단도 2조 원이 넘는 재원을 투입했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위해 1조3490억 원이 사용됐다. 구체적으로 응급환자 신속 전원 과 중증환자 신속 배정, 응급실 진찰료 지원, 추석 연휴 비상진료 지원 등에 집행됐다.
또한 의료공백으로 인해 의료 수입이 급감한 수련병원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가 1조4844억 원이 선지급됐다.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의료기관 경영난에 건강보험 선지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의원은 “지난해 의료공백으로 인해 지출된 금액은 전체 건강보험료 수지 적자 가운데 25.6%를 차지한다”며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끝이 불확실한 의료갈등이 건보공단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3월 내놓은 '건강보험 재정 전망'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가동하고 있는 비상진료체계가 올해 말까지 유지되면 이로 인한 건강보험 누적 적자액은 1조 7천억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 지난해에는 보험료 수지는 11조30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이렇게 건보공단의 재원이 악화되면 의료개혁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도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보면 건보공단은 10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마련됐다. 건보공단은 중증과 고난도, 응급, 야간·휴일, 소아·분만, 의료 취약지 등 국민 생명‧건강 직결 대체 불가 필수의료 영역을 선별해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뜩이나 건보공단은 고령화에 따라 갈수록 재무상황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의료공백에 따른 추가 재원까지 필요해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건보공단의 '2024-2028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는 올해 영업손실 2조2487억 원에서 2028년에는 3조4616억 원으로, 당기순이은 올해 2830억 원에서 2026년에는 적자로 전환되며 2028년에는 1조1864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건보공단은 "2024년부터 보험료 수익보다 보험급여비 증가가 더 커지면서 영업손실을 보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난해 기준 누적준비금이 약 30조 원에 이르지만 투자에 여유가 있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에 건보공단은 지출 효율화와 금융투자 수익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이런 방안이 미흡하다는 시각도 많다.
특히 2022년 기준 건보 적립금 투자 수익률은 2.15%로 같은 해 한국은행이 집계한 당시 은행 평균 예금금리 2.77%보다 낮은 수준이다. 2017-2022년 5년간 건보 적립금 운용 수익률 역시 연 1~2%대에 머물렀다.
다만 지난해 수익률은 4.79%로 기준수익률(BM) 대비 1.13%P 초과 달성했다. 이 역시 국민연금의 수익률 13.59%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렇듯 건보공단의 재정 상황을 종합하면 의료체계 개혁에 투입할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부과재원을 발굴하거나 징수 방법을 개발하는 등 재정수입 확충에 실질적인 대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앞으로 효율적 재정 관리와 투자자산 다변화 등으로 의료공백과 의료수요 증가 등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재원 마련 방안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2028년 파산에 이르게 될 수 있다"며 "의료대란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건보공단 이사장이 너무나 편안한 자세로 얘기하는 것이 너무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