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왼쪽 두 번째)이 2월13일 서울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수 한국금융연수원 원장, 이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연합뉴스> |
[씨저널] 대한민국 금융업계에서 관치금융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금융업 자체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규제를 통해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금융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취해 왔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최초의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가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금융지주들 또한 최근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금융관료 출신이 아닌 분야별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에 나섰다.
일반적인 금융지주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곳이 NH농협금융지주다. 농협금융지주를 둘러싼 관치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 관치를 염두에 뒀나,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성에 쏠리는 눈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구성을 놓고도 관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농협금융지주의 이사회는 회장, 사내이사, 비상임이사(농협중앙회 추천) 3명과 사외이사 6명을 더해 모두 합쳐 9명으로 구성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애초 사외이사 7명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말 임기를 마친 이종백 이사가 그대로 퇴임하면서 한 자리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종백 이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검찰 출신으로 퇴임 전까지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의 의장을 맡았다.
새롭게 이사회 의장을 맡은 김병화 의장 또한 검찰 출신이다. 김 의장은 1955년생으로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장과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냈다. 검사를 그만둔 뒤로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소속돼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서은숙 이사는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감독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길재욱 이사는 2015년 기획재정부 기금평가단장으로 선임된 경력을 보유했다. 이종화 이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일했다.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6명 가운데 4명(서은숙, 이윤석, 이종화, 하경자)의 임기가 곧 만료된다.
이종백 이사의 빈자리를 포함하면 최대 5명의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이 아직 최대 임기 6년을 전부 채우지 않은 만큼 연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가운데) 2월12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계열사 임직원들과 도시락 오찬을 진행하고 있다. < NH금융지주 > |
◆ 농협금융지주 회장 8명 중 6명이 관료 출신
이석준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포기 선언 이후 새로운 회장으로는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선임됐다.
이찬우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자 일각에서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냔 이야기가 나왔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의 경제 정책을 도맡은 데다가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경상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장을 맡으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함께 활동한 이력도 있다.
다만 이 회장은 여러 정부에서 중용되는 등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찬우 회장이 선임되면서 농협금융지주 회장 8명 가운데 6명이 관료 출신이 됐다.
초대 회장을 맡은 신충식 전 회장과 6대 회장인
손병환 전 회장만이 농협중앙회 출신이다.
신충식 전 회장은 NH농협은행 은행장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했으나 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100일 만에 돌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은행장 자리만을 유지했다.
당시 신 전 회장은 “농협금융지주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면 내부 인사인 저보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회장으로서 제대로 임기를 마무리한 비관료 출신 회장은
손병환 전 회장이 유일하다.
내부 출신인 손 전 회장은 스마트금융부장으로 재임하면서 NH핀테크혁신센터 설립, 국내 최초 오픈 API 도입 등에 기여하며 농협금융지주의 디지털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회장이 된 이후로도 농협금융지주의 디지털 전환을 강력히 추진했다. 실적 면에서도 임기 첫해 순이익 2조2919억 원을 거두며 2조 클럽에 가입했다. 2022년에도 순이익 2조2309억 원을 내며 양호했다.
업계에서도 손 전 회장이 1년 임기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손 전 회장은 연임을 하지 못한 채 물러나고 빈자리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채우게 됐다.
과거 농협금융지주는 관료 출신인
임종룡·
김용환·김광수 회장 시기에 고도성장을 해냈던 전례가 있다.
임종룡 전 회장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농협금융지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김용환 전 회장은 2016년 해운업·조선업 부실 대출로 인한 위기에서 대규모 손실 처리를 통해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김광수 전 회장은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인 순이익 1조7796억 원(2019년 기준)을 거두며 농협금융지주의 수익성을 끌어 올렸다.
관료 출신 회장들이 높은 성적을 거두면서 출범 첫해였던 2012년 기준으로 순이익 4918억 원을 냈던 농협금융지주는 손 전 회장 취임 이전인 2020년 기준으로 순이익 1조7359억 원을 거두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