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이번 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관을 바꾼다.
배당은 여러 주주환원책 가운데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정책으로 여겨진다. 4대 금융 모두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올해 4대 금융 가운데 배당 기대감이 가장 큰 곳으로는 우리금융이 꼽힌다.
▲ 우리금융이 4대 금융 가운데 처음으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한다. 사진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
우리금융은 최근 3년 동안 4대 금융 가운데 1주당 배당금을 가장 빠르게 늘리며 주주의 실질적 이익으로 평가되는 배당수익률을 크게 높였다. 내년부터는 은행권 최초로 비과세 배당을 실시해 주주의 실질적 배당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5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이번 주 4대 금융의 주주총회가 열린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26일 같은 날 오전 10시 동시에 주주총회를 연다.
4대 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신규 사외이사 선임 등 일반적 사안 외에 내부통제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안건 등도 결의한다.
4대 금융 모두 정관 변경을 통해 배당 정책에 변화를 주는 점도 이번 주총의 주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분기배당도 결산배당처럼 먼저 배당액을 결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설정하는 방식, 즉 투자자가 분기배당 규모를 확인한 뒤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는 것인데 이에 따라 분기배당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금융지주는 벌써부터 사업보고서 등에 2025년 분기별 배당기준일과 배당지급 예정일을 공개하는 등 분기배당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4대 금융의 주주환원 확대 정책의 핵심으로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2가지가 꼽히는데 이 가운데 배당이 더욱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평가된다.
배당이 자사주 매입·소각보다 투자자에게 더욱 단기적이고 직접적으로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가 방어와 부양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반영되는 특성상 효과가 희석되기도 한다.
4대 금융은 지난해에도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힘썼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1년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효과가 반감되기도 했다.
4대 금융은 지난해 밸류업 계획을 내놓으며 모두 중장기적 배당 확대를 약속했다.
4대 금융의 1주당 배당금은 실제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4대 금융의 1주당 배당금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실적 기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맞춰 전체 배당총액을 줄이면서 함께 감소했으나 이후 2021년 크게 늘었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안정적으로 증가했다.
다만 1주당 배당금이 늘어나는 속도는 차이를 보였다.
우리금융이 3년 동안 연평균 10.1% 증가하며 가장 빨리 늘었다. 우리금융은 2021년 실적에 대해 1주당 900원을 배당하며 배당 규모를 1년 전보다 150.0% 늘린 데 이어 2022년 실적에 대해서는 25.6% 늘어난 1주당 1130원을 배당했다.
2023년에는 실적 감소에 따라 1주당 배당금이 1천 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지난해 실적에 대해 1주당 1200원 배당을 결정하며 다시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하나금융이 최근 3년 간 1주당 배당금이 연평균 5.1% 증가하며 우리금융의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은 2022년 실적에 대해 1주당 3350원(8.1% 증가)을 배당했고 2023년과 2024년 실적을 놓고는 각각 3400원(1.5% 증가)과 3600원(5.9% 증가) 배당을 결정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최근 3년 간 1주당 배당금의 연평균 증가율이 각각 3.3%와 2.6%에 그쳤다.
신한금융은 최근 3년 간 1주당 배당금이 1960원에서 2160원으로 늘었고 KB금융은 같은 기간 2940원에서 3174원으로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1주당 배당금을 크게 키우면서 기대 배당수익률도 높아졌다.
4대 금융의 올해 1주당 배당금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이날 정규장 종가 1만6930원 기준 우리금융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7.09%에 이른다.
하나금융 5.76%와 신한금융 4.44%, KB금융 3.88% 등 다른 곳의 기대 배당수익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더군다나 우리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은행지주 최초 비과세 배당 도입을 위한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도 상정해 의결한다.
3조 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이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인데 이때 배당금은 ‘자본거래로 인한 소득’, 즉 기존에 낸 자본금을 되돌려 받는 형태로 여겨져 법인세법 등에 따라 비과세된다.
개인주주의 경우 비과세 배당은 원천징수 15.4%를 떼지 않아 배당금의 100%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비과세 배당은 배당과 이자 소득이 합계 연 2천만 원을 넘는 경우 부과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9.5%) 대상도 아니다.
업계에서는 자본준비금을 감액한 돈으로 배당을 줘 ‘감액배당’이라고 불린다. 메리츠금융이 2023년 도입한 뒤 다수의 상장사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4대 금융에서는 우리금융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 우리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안건 설명자료 가운데 '감액배당'을 설명하는 부분. <우리금융> |
증권업계도 우리금융의 감액배당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보험사 편입 승인 및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성장, 내년부터 비과세 배당 실시 등 다수의 호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올해 4분기부터 비과세 재원으로 배당을 준비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만큼 그 효과는 클 것이다”고 바라봤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주총을 앞두고 보낸 주주서한을 통해 비과세 배당을 우리금융의 차별화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으로 꼽았다.
임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은행지주 최초로 비과세 배당 도입을 위한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과 합리적 투자 판단을 위한 분기배당 기준일 확정절차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함으로써 차별화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분기 균등배당 등은 우리금융이 앞으로 변화를 꾀할 배당 정책으로 평가된다.
분기 균등배당은 지난해 KB금융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뒤 확대되고 있는 정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금 흐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연말에 편중된 배당 규모를 각 분기로 배분해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하나금융이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한다. 하나금융이 도입하면 4대 금융에서는 우리금융을 제외한 3곳이 분기 균등배당을 실시하게 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을 하고 있으며 4분기 결산 배당시 4대 금융 가운데 제일 많은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며 “분기 균등배당 실시 여부는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